김영기
삐딱선을 타며 좌우로 반쯤 연 벽면의 전시 제목과 간단한 인트로. 소 닭 보듯 건성으로 훑으며 전시장에 들어선다. 밝고 따뜻한 조명, 바닥의 폭신한 카펫에 비스듬히 세워 둔 나무 액자, 모던한 탁자 위 화분, 태블릿을 올린 날씬한 협탁, 벽면 선반에 놓인 액자와 유리병, 널찍한 인조가죽 소파와 곳곳에 걸린 벽걸이 TV, 벽면의 족자… 높은 층고에 탁 트인 광장 같은 전시장은, 특정 작품보다, 널찍하고 모던한 인테리어와 곳곳에 내려앉은 포근함이 먼저 눈에 띤다.
잠깐, 저 멀리 창가의 나무 블라인드는 가만 보니 화면 속 영상이다. 탁자에 앉은 화분과, 선반을 수놓은 장식은 조각 그림 작업이다. 거실 한복판에 걸린 큼직한 TV 속에 ‘움짤’ 회화 작업이 꿈틀거린다. 자세히 보니 TV의 테두리 이곳 저곳에도 조그만 풍경 조각이 걸터앉았다. 곁에 내걸린 족자며, 협탁 위 태블릿 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턴테이블 역시 작품이다. 멀리 천장에서 바닥에 끌리도록 늘어뜨린 커튼도, 기둥의 곡면을 따라 벽지처럼 두른 흰 천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