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전시기획자의 차별성은 어디에서 올까? 최소한의 자의식이 있는 기획자라면, 한 줌의 소재라도, 아니 그 소재에서 똑 떨어진 부스러기 하나에서도, 천차만별 각양각색 저마다 겹치지 않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성향과 관점에서 이미 평행선 없이 저마다 뻗어 나간다. ‘누가’에서부터 이미 달라졌다. 한편, ‘언제’ 즉 시의성도 관건이다. 대한제국 말기에 인력거 사업을 다루면 사회상, 빈부, 이권의 그루브였겠지만, 지금 하면 다들 이벤트나 관광산업을 떠올릴 것이다. 동일한 견지에도 어조에 따라 하늘과 땅을 오간다. “변화는 바람직하다”, “바뀌길 기대한다”, “전환점이 필요하다”, “개혁에 앞장서리”, “일어나 나를 따르라”가 같지 않다. 마치 예술가의 문제의식과 사회적 역할을 촉구함에 있어, 그런 눈을 다만 간직하는 것과, 최전선에서 아방가르드하게 맞서 싸움은 그 수위가 다른 것처럼. 아울러 ‘어디’ 또한 중요하다. 상황이나 맥락, 물리적인 장소 혹은 기관은 확실히 그 자체로 서로 다른 의미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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