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의 비대면적 속성
정희라
뜨거운 날씨 속에 코로나가 재유행하는 기세이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답답함과 편리함 모두를 느끼고 있다. 거리두기와 비대면이라는 상황이 전시의 한 단면인 것 같아 화두로 삼아 본다. 기관과 업체, 그 밖의 많은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전시는 그야말로 사람과 사람의 끝없는 만남으로 진행된다. 비교적 많이 부딪히며 만나게 되는 경우는 관람자-전시장 스태프, 기획자-작가, 기획자-시설 관리자, 작가-프로그램 참여자이다. 크로스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전시 작품을 기점으로 돌고 돈다.
일반적으로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전시장 스태프, 전시 전문 해설가(도슨트)이다. 해당 관람객의 방문 목적과 방문 성향에 맞게 전시장에서 안내 및 대응이 가능하다. 대면의 경우는 전시와 무관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관람객이 전시장에 방문할 경우, 누구도 대면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결국엔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만이 위에 언급한 모두를 대하는 중심점이 된다. 관람객이 사람을 대하지 않고 전시 작품을 볼 때, 의지하게 되는 것은 전시 서문, 안내문, 리플렛, 캡션 정도이다. 작품만 보고도 전시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 더없이 훌륭한 기획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어떤 경우엔 기술하는 것이 기획의 중요한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대체로 전시 서문은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와 사실을 기술한다. 지식습득이나 이해가 목적이 아닌 관람객도 있을 수 있고, 전시리뷰를 업으로 하는 전문 유튜버가 관람객일 경우도 있겠지만 이를 일반화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전시를 구성하게 된다. 작품 캡션도 전시 관람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최근에 이를 없앤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이다. 1. 작가명 2. 작품명 3. 제작 연도 4. 작가 및 작품 설명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3개월 정도 진행하다가 전시 종료 보름 전에 이 정보들을 한 번에 공개하였다. 정보 공개 전과 후의 전시 관람이 다를 것이라는 의도였다. 전시장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획이다. 그만큼 전시 관람에 있어 캡션과 같은 정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데, 과연 작품 정보를 없앤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2022.07.01.부산일보 온라인 기사 이미지[1]
이처럼 작품을 관람할 때 보게 되는 것은 결국 기획하는 측에서 제공하는 정보이다. 이 정보와 작품의 맥락이 맞아떨어져 보는 이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때 그 전시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가 미술관에 재직할 당시, 한 관람객이 캡션이 작아 보기 어렵다고 직접적으로 항의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캡션은 작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기관은 설명적인 것보다 미적인 분위기가 중요한 곳이어서 눈에 띄게 설치하지 않았었기에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수긍할 만하다. 전시 공간의 성격에 따라 캡션의 형태는 다양하다. 관람객이 전시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전통적인 형식인 플로어 플랜이나 리플렛 외에도 QR코드와 같은 방식도 눈에 띈다. 게다가 정보와 지식보다도 전시와 관람객 사이의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정보가 필요한 관람객만이 찾아볼 수 있도록 경로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기도 한다. 전시에서 개인의 선택적인 영역이 많아지면서 기획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옵션들은 무궁무진하다.
[1]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2070110263045497
2022.08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전시의 비대면적 속성
정희라
뜨거운 날씨 속에 코로나가 재유행하는 기세이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답답함과 편리함 모두를 느끼고 있다. 거리두기와 비대면이라는 상황이 전시의 한 단면인 것 같아 화두로 삼아 본다. 기관과 업체, 그 밖의 많은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전시는 그야말로 사람과 사람의 끝없는 만남으로 진행된다. 비교적 많이 부딪히며 만나게 되는 경우는 관람자-전시장 스태프, 기획자-작가, 기획자-시설 관리자, 작가-프로그램 참여자이다. 크로스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전시 작품을 기점으로 돌고 돈다.
일반적으로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전시장 스태프, 전시 전문 해설가(도슨트)이다. 해당 관람객의 방문 목적과 방문 성향에 맞게 전시장에서 안내 및 대응이 가능하다. 대면의 경우는 전시와 무관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관람객이 전시장에 방문할 경우, 누구도 대면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결국엔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만이 위에 언급한 모두를 대하는 중심점이 된다. 관람객이 사람을 대하지 않고 전시 작품을 볼 때, 의지하게 되는 것은 전시 서문, 안내문, 리플렛, 캡션 정도이다. 작품만 보고도 전시를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정말 더없이 훌륭한 기획이 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어떤 경우엔 기술하는 것이 기획의 중요한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대체로 전시 서문은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와 사실을 기술한다. 지식습득이나 이해가 목적이 아닌 관람객도 있을 수 있고, 전시리뷰를 업으로 하는 전문 유튜버가 관람객일 경우도 있겠지만 이를 일반화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이 전시를 구성하게 된다. 작품 캡션도 전시 관람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최근에 이를 없앤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부산현대미술관의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이다. 1. 작가명 2. 작품명 3. 제작 연도 4. 작가 및 작품 설명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3개월 정도 진행하다가 전시 종료 보름 전에 이 정보들을 한 번에 공개하였다. 정보 공개 전과 후의 전시 관람이 다를 것이라는 의도였다. 전시장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기획이다. 그만큼 전시 관람에 있어 캡션과 같은 정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데, 과연 작품 정보를 없앤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2022.07.01.부산일보 온라인 기사 이미지[1]
이처럼 작품을 관람할 때 보게 되는 것은 결국 기획하는 측에서 제공하는 정보이다. 이 정보와 작품의 맥락이 맞아떨어져 보는 이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때 그 전시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가 미술관에 재직할 당시, 한 관람객이 캡션이 작아 보기 어렵다고 직접적으로 항의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캡션은 작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기관은 설명적인 것보다 미적인 분위기가 중요한 곳이어서 눈에 띄게 설치하지 않았었기에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수긍할 만하다. 전시 공간의 성격에 따라 캡션의 형태는 다양하다. 관람객이 전시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전통적인 형식인 플로어 플랜이나 리플렛 외에도 QR코드와 같은 방식도 눈에 띈다. 게다가 정보와 지식보다도 전시와 관람객 사이의 ‘경험’이 중요해지면서 정보가 필요한 관람객만이 찾아볼 수 있도록 경로를 만드는 것에 주력하기도 한다. 전시에서 개인의 선택적인 영역이 많아지면서 기획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옵션들은 무궁무진하다.
[1]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2070110263045497
2022.08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