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을 향한 노스탤지어
젤라씨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온라인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봐왔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온라인 전시가 VR,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작품과 프로젝트를 볼 수 있기도 했다. 해외와의 미팅도 줌으로, 스튜디오 비짓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리적인 thing으로부터의 해방, 이건 우리들로 하여금 전지전능함의 환상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게 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비물질적인 것을 선망해 왔을지도 모른다. 미술관에 놓여있는 유물의 숭배를 보며 모든 물질적인 것을 비워내는 개념을 추구한다든지, 끝남을 알기에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숭고함의 미학이라든지, 외부의 노이즈를 차단해야 들리게 되는 진정한 주변의 풍경이라든지, 우리는 물질을 추상화하며, 혹은 물질로는 존재할 수 없는 비물질의 개념을 오래도록 좇아왔던 것이다.
다시 기술로 돌아가 보자. 오늘날 인터넷에, 공중에 떠다니는 정보들을 낚아 우리 눈앞에 현란한 신기루를 펼쳐 보이는 이 기술, 테크놀로지는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비물질의 정보와 그 활용이 얼마나 짜릿하게 전지전능한지를 보여주었다. 물질의 지배가 드디어 끝나고, 비물질이 우리의 사회를 비로소 민주적으로 만들어 줄 것만 같은 이 순간, 왜 나는 물질이 더 그리워 지는 걸까? 유물론을 퇴출시키는 것이 진정한 전위라고 생각해 왔던 내가, 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을 보고 싶어 하는 걸까?
우리는 이 시점에 오브제와 물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오브제의 본질적 아우라의 신화가 파괴된 지금, 오브제의 아우라를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이 지닌 본능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 바이러스와 같이 나를 침투하는 생각은, 롤랑 바르트의 이 말을 떠올리게 한다:
“언어는 피부다: 나는 그 사람을 나의 언어로 문지른다. 마치 손가락 대신에 언어라는 것을 갖고 있다는 듯이, 또는 내 말 끝에 손가락이 달려 있기나 하듯이. 나의 언어는 욕망으로 전율한다.”
2022.10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물질을 향한 노스탤지어
젤라씨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온라인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봐왔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온라인 전시가 VR,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작품과 프로젝트를 볼 수 있기도 했다. 해외와의 미팅도 줌으로, 스튜디오 비짓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리적인 thing으로부터의 해방, 이건 우리들로 하여금 전지전능함의 환상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게 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비물질적인 것을 선망해 왔을지도 모른다. 미술관에 놓여있는 유물의 숭배를 보며 모든 물질적인 것을 비워내는 개념을 추구한다든지, 끝남을 알기에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숭고함의 미학이라든지, 외부의 노이즈를 차단해야 들리게 되는 진정한 주변의 풍경이라든지, 우리는 물질을 추상화하며, 혹은 물질로는 존재할 수 없는 비물질의 개념을 오래도록 좇아왔던 것이다.
다시 기술로 돌아가 보자. 오늘날 인터넷에, 공중에 떠다니는 정보들을 낚아 우리 눈앞에 현란한 신기루를 펼쳐 보이는 이 기술, 테크놀로지는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비물질의 정보와 그 활용이 얼마나 짜릿하게 전지전능한지를 보여주었다. 물질의 지배가 드디어 끝나고, 비물질이 우리의 사회를 비로소 민주적으로 만들어 줄 것만 같은 이 순간, 왜 나는 물질이 더 그리워 지는 걸까? 유물론을 퇴출시키는 것이 진정한 전위라고 생각해 왔던 내가, 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을 보고 싶어 하는 걸까?
우리는 이 시점에 오브제와 물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오브제의 본질적 아우라의 신화가 파괴된 지금, 오브제의 아우라를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이 지닌 본능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 바이러스와 같이 나를 침투하는 생각은, 롤랑 바르트의 이 말을 떠올리게 한다:
“언어는 피부다: 나는 그 사람을 나의 언어로 문지른다. 마치 손가락 대신에 언어라는 것을 갖고 있다는 듯이, 또는 내 말 끝에 손가락이 달려 있기나 하듯이. 나의 언어는 욕망으로 전율한다.”
2022.10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