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박준수

.사진 : 놀면 뭐하니?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 이미지로 Chat GPT 생성
올해 2월부터 작은 공간에 의탁해있다. 10평 남짓한 공간은 키아프의 가장 작은 부스 정도 크기이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의 프라이빗 뷰잉룸처럼 사용되는 이 공간에는 평소에 소장품이나 위탁된 작품들이 걸려있는데, 하반기 들어 모두 바쁘게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금은 거의 비어있는 상태다. 빈 공간만 보면 채우고 싶어하는 직업병 탓에 지난 유럽 출장중에 이 공간에 전시를 하면 어떻겠냐 제안을 했고, 너무 감사하게도 연말, 늦어도 내년초부터는 이 공간에서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깜빡 잊고 있었다. 결국 말한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을…
코엑스 A홀(10,368㎡), B홀(8,010㎡)에 세텍 전관(7,948㎡)까지 다채워봤는데, 고작 A부스 사이즈 정도 되는 공간을 못채우겠냐 선뜻 나섰지만, 막상 전시를 기획하려니 신경 쓸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는 작가야 많지만, 그 중 상당수는 전속이 있거나 이미 여러 스케쥴로 바쁘다. 아무리 친분이 있다해도 작품을 부탁 하는 일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새삼 갤러리스트와 큐레이터가 공간을 채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벽 한 줄 작품으로 채우는 일조차 벅차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도 평소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들에게 용기를 내 연락을 해보고 있다. 역시 미술판의 가장 중요한 기본 단위는 작가다. 아직 많은 작가들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귀국 후 2주간 열심히 만나본 작가들은 고맙게도 다들 호의적이다. 다른 전시가 예정되어 있는 작가들은 일정을 조율하고 있고, 전속이 있는 작가들까지 딱 잘라 거절하지 않고 갤러리와 잘 이야기해 봐준다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PINPOINT ART CENTRE 개관전 이정식의 <두 사람> 전시 전경
사진: 박준수
그렇게 한 명, 두 명 작가를 만나며 이 공간의 성격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아트페어는 여러 차례 치러 본 경험이 있어 어떻게든 굴러가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독립 공간에서 첫 전시를 연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단순히 ‘작품을 걸어두는 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를 함께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PPAC(PINPOINT ART CENTRE)의 개관전을 보며, 김현 디렉터가 거의 3년 동안 준비하며 쉽사리 문을 열지 못했던 이유가 이해되었다. 당시 오프닝에서 “그냥 해, 해가면서 배우는 것도 있어요”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 말은 나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잘하려고만 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일단 해보는 수밖에.
김현이 처음 공간을 연다고 말했을 때부터 그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개인적 서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공유 가능한 문제의식을 담은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개관전인 이정식의 〈두 사람〉에서도 그러한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났고, 앞으로의 전시도 기대되는 이유다.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아직 이름도 없는 이 작은 공간을 나는 어떤 방향성으로 이끌어야 할까.

사진 : EBS 취미는 과학
최근 즐겨 보는 EBS 프로그램 〈취미는 과학〉에서 김상현 수학자가 푸앵카레의 추측을 설명하며 이런 말을 했다.
“너무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수학자들은 더 쉬운 미해결 문제를 찾아본다. 바꿔 말하면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어려운 문제와, 모르는 것 중 가장 쉬운 문제의 간극을 줄여가는 일이다.”
나는 미술도 결국 그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거대해지고 복잡해진 세계—사회, 경제, 그리고 개인의 삶—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작가는 그 복잡함을 감당 가능한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 둔다. 작품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감각 사이의 간극을 줄여주는 매개다. 그렇다면 내가 이 공간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바로 그 ‘간극을 줄이는 작가들’일 것이다.
물론 너무 어려운 문제에만 매달리면 몸도, 마음도 굳어버린다. 그러니 일단은 움직이고, 시도해보는 것에서 시작하려 한다. 제목처럼 ‘놀면 뭐하니’. 아트페어를 처음하며 맨땅에 헤딩해나갈 때처럼 해보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사진 : MBC ‘놀면 뭐하니?’
많은 선배 기획자들의 지도 편달과 많은 작가 분들의 관심과 애정을 기다립니다.
2025.12.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December. 2025.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놀면 뭐하니
박준수

.사진 : 놀면 뭐하니?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 이미지로 Chat GPT 생성
올해 2월부터 작은 공간에 의탁해있다. 10평 남짓한 공간은 키아프의 가장 작은 부스 정도 크기이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의 프라이빗 뷰잉룸처럼 사용되는 이 공간에는 평소에 소장품이나 위탁된 작품들이 걸려있는데, 하반기 들어 모두 바쁘게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금은 거의 비어있는 상태다. 빈 공간만 보면 채우고 싶어하는 직업병 탓에 지난 유럽 출장중에 이 공간에 전시를 하면 어떻겠냐 제안을 했고, 너무 감사하게도 연말, 늦어도 내년초부터는 이 공간에서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깜빡 잊고 있었다. 결국 말한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을…
코엑스 A홀(10,368㎡), B홀(8,010㎡)에 세텍 전관(7,948㎡)까지 다채워봤는데, 고작 A부스 사이즈 정도 되는 공간을 못채우겠냐 선뜻 나섰지만, 막상 전시를 기획하려니 신경 쓸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는 작가야 많지만, 그 중 상당수는 전속이 있거나 이미 여러 스케쥴로 바쁘다. 아무리 친분이 있다해도 작품을 부탁 하는 일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새삼 갤러리스트와 큐레이터가 공간을 채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가벽 한 줄 작품으로 채우는 일조차 벅차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도 평소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던 작가들에게 용기를 내 연락을 해보고 있다. 역시 미술판의 가장 중요한 기본 단위는 작가다. 아직 많은 작가들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귀국 후 2주간 열심히 만나본 작가들은 고맙게도 다들 호의적이다. 다른 전시가 예정되어 있는 작가들은 일정을 조율하고 있고, 전속이 있는 작가들까지 딱 잘라 거절하지 않고 갤러리와 잘 이야기해 봐준다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PINPOINT ART CENTRE 개관전 이정식의 <두 사람> 전시 전경
사진: 박준수
그렇게 한 명, 두 명 작가를 만나며 이 공간의 성격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아트페어는 여러 차례 치러 본 경험이 있어 어떻게든 굴러가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독립 공간에서 첫 전시를 연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단순히 ‘작품을 걸어두는 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를 함께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PPAC(PINPOINT ART CENTRE)의 개관전을 보며, 김현 디렉터가 거의 3년 동안 준비하며 쉽사리 문을 열지 못했던 이유가 이해되었다. 당시 오프닝에서 “그냥 해, 해가면서 배우는 것도 있어요”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 말은 나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잘하려고만 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일단 해보는 수밖에.
김현이 처음 공간을 연다고 말했을 때부터 그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개인적 서사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공유 가능한 문제의식을 담은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개관전인 이정식의 〈두 사람〉에서도 그러한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났고, 앞으로의 전시도 기대되는 이유다.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아직 이름도 없는 이 작은 공간을 나는 어떤 방향성으로 이끌어야 할까.

사진 : EBS 취미는 과학
최근 즐겨 보는 EBS 프로그램 〈취미는 과학〉에서 김상현 수학자가 푸앵카레의 추측을 설명하며 이런 말을 했다.
“너무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면, 수학자들은 더 쉬운 미해결 문제를 찾아본다. 바꿔 말하면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어려운 문제와, 모르는 것 중 가장 쉬운 문제의 간극을 줄여가는 일이다.”
나는 미술도 결국 그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거대해지고 복잡해진 세계—사회, 경제, 그리고 개인의 삶—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작가는 그 복잡함을 감당 가능한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 둔다. 작품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감각 사이의 간극을 줄여주는 매개다. 그렇다면 내가 이 공간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바로 그 ‘간극을 줄이는 작가들’일 것이다.
물론 너무 어려운 문제에만 매달리면 몸도, 마음도 굳어버린다. 그러니 일단은 움직이고, 시도해보는 것에서 시작하려 한다. 제목처럼 ‘놀면 뭐하니’. 아트페어를 처음하며 맨땅에 헤딩해나갈 때처럼 해보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다.

사진 : MBC ‘놀면 뭐하니?’
많은 선배 기획자들의 지도 편달과 많은 작가 분들의 관심과 애정을 기다립니다.
2025.12.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December. 2025.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