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게 남는 거야
정재연, 독립큐레이터
몇 년 전에 tvN에서 방영했던 서진이네를 장사에 진심인 이서진을 보고 남편과 우스갯소리로 했던 이야기. “우리 그럼 나중에 장사나 해볼까?” 그러면 남편은 답한다. “장사가 그렇게 쉬운 줄 알지?” - 그렇지, 장사는 쉽지 않지, 어려워.
방송에서 보였던 이서진과 다른 출연자들의 모습도 아주 전략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테이블을 늘리고, 포장 하고, 메뉴를 색다르게 바꿀지. 장사에 진심인 출연진들은 아침에 그날 식탁에 올릴 신선한 재료를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오전의 활기를 더한다. 이들은 시장에서 돌아온 후 채소와 고기 손질과 조리 과정을 거치며 하루의 영업 시작을 알린다. 출연진들이 주방에서 손님을 맞이할 음식을 만들며 즐겁게 대화하고, 때때로 심각해지는 상황들을 면밀히 보여준다. 식당 오픈 후 손님들을 맞이한다. 테이블에서 대화가 오가고 감탄하며 한식을 먹으며 즐거워한다. 주방 뒤에선 쌓인 접시로 손님의 수를 가늠하고 재료 소진으로 한식의 인기를 체감한다. 쌓인 식기구를 설거지하고, 영수증을 세고, 메뉴판을 다시 지우고 쓴다. 그리고 팻말을 ‘Closed’로 돌리는 순간 영업은 종료된다.
예술가 고든 마타-클락(Gordon Matta-Clark)이 맨해튼의 예술 커뮤니티를 위해 1970년대에 운영했던 예술가 운영식당 ‘푸드FOOD’를 상기시킨다. 16mm 흑백영화 <푸드 (FOOD)>(1972)는 1971년 10월 소호에 있는 127 프린스 스트릿과 우스터 스트릿 코너에 위치한 레스토랑이자 예술가 협동조합 장소인 ‘FOOD’의 기록이다.[1] 이 공간은 1970년대 초 뉴욕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소호에서, 교류와 실험이 교차하던 장이자 지속적인 예술 프로젝트를 생산해 낸 핵심적인 이벤트 공간이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_QE9byGeZ6Y
마타-클락은 3년간 이 식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와 함께 이곳을 기록한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틈틈이 기록하면서 장소에 대한 기억과 그 주변에 얽힌 장소의 생태계를 비춘다. 맛있는 수프로 이곳의 이름을 알리고, 각자 내고 싶은 금액을 낸다. 마타-클락의 경우 모든 음식을 뼈로 만들고 뼈에 구멍을 뚫어 목걸이를 만드는 일명 ‘마타 뼈(Matta-Bones)’라는 메뉴를 고안하기도 했다.[2] 식당에서 직접 음식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시연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식탁 위에서 자주 이루어진다는 것을. 익숙한 장소인 식탁 위는 항상 사람들과 둘러 앉아 음식을 먹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인생을 식탁 위에서 기념할 정도로 아닌가 싶다. 앞의 글이 너무 길었다.
맨해튼의 차이나타운. 이곳에 예술가 운영 식당 FOOD가 작가 루시앙 스미스(Lucien Smith)에 의해 부활했다. 이 장소는 고든 마타-클라크의 유산(estate)과 함께 협력하여 실현되었고, 스미스는 이 식당을 통해 예술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다운타운 예술 참여를 강화하는 활동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3] 이 기사를 보고 얼른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 음식과 예술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시각적으로도 그렇지만 온 감각을 이용해 우리는 맛을 느낀다. 우리는 보통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그 음식을 맛본다. 음식에 관해 이야기 나눈다. 개인적이고 사변적이다. 그렇게 따지면 음식을 음미하는 것이 작품 감상과 다를 바가 없다. 사실 스미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예술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Serving the People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스미스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예술가 고용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예술가들이 경제적으로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식당이라고 하는 곳을 뉴욕 스타일로 어떻게 재해석하는지에 있다. 일류 음식점에서 요리를 배운 요리사가 맛있게 만들어주는 음식이 전부일까?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가장 맛있듯, 그저 무심하게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음식도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미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접근법은 오늘날 뉴욕시의 레스토랑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재고하는 것이다.”[4]
실제로 다녀왔을 때는 아주 간단한 브런치 메뉴와 기본적 음료가 메뉴 전부였다. 하지만 저녁 테이블은 다르다. 메뉴는 늘 변하고, 재료도 달라진다. 테이블도 없고 이전 89 Canal St에 있는 다이너(Diner)자리를 그대로 사용한다. 필자가 방문한 12시에는 평범한 미국식 브런치 메뉴가 있었고 메뉴판은 영수증으로 대체됐다. 실제 일하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현실적인 메뉴. 하지만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 한국에 있는 라면, 김밥 분식점처럼 말이다. 아주 간단한 조리 기구로 만드는 요리를 선보였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친구와 나누는 일상 대화가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일기장 같은 일상을 나눈다. 공간을 경험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 배를 든든히 채웠다. 조각난 시간을 기억하며, 그때 친구와 나눈 대화가 작은 화면처럼 머릿속에 재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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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1972) - Gordon Matta-Clark
영상 링크 https://youtu.be/XxBuoegXxFY?si=6KLM_pMxnAnUQ856
[1] 구동희, 「고든 마타-클락 작품의 아카이브 경향 – 변증법적 방법과 실천을 중심으로」(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예술학 박사학위논문, 2025), 93쪽.
[2] 구동희, 앞의 글, 96쪽.
[3] Gabriella Angeleti, The Art Newspaper, 19 Sept 2024, “Lucien Smith will re-create New York’s legendary artist-run restaurant FOOD,”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4/09/19/artist-run-restaurant-food-reopening-new-york-lucien-smith
[4] Angeleti, 앞의 글.
2026.3.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March. 2026.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먹는 게 남는 거야
정재연, 독립큐레이터
몇 년 전에 tvN에서 방영했던 서진이네를 장사에 진심인 이서진을 보고 남편과 우스갯소리로 했던 이야기. “우리 그럼 나중에 장사나 해볼까?” 그러면 남편은 답한다. “장사가 그렇게 쉬운 줄 알지?” - 그렇지, 장사는 쉽지 않지, 어려워.
방송에서 보였던 이서진과 다른 출연자들의 모습도 아주 전략적이었다. 어떻게 하면 테이블을 늘리고, 포장 하고, 메뉴를 색다르게 바꿀지. 장사에 진심인 출연진들은 아침에 그날 식탁에 올릴 신선한 재료를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오전의 활기를 더한다. 이들은 시장에서 돌아온 후 채소와 고기 손질과 조리 과정을 거치며 하루의 영업 시작을 알린다. 출연진들이 주방에서 손님을 맞이할 음식을 만들며 즐겁게 대화하고, 때때로 심각해지는 상황들을 면밀히 보여준다. 식당 오픈 후 손님들을 맞이한다. 테이블에서 대화가 오가고 감탄하며 한식을 먹으며 즐거워한다. 주방 뒤에선 쌓인 접시로 손님의 수를 가늠하고 재료 소진으로 한식의 인기를 체감한다. 쌓인 식기구를 설거지하고, 영수증을 세고, 메뉴판을 다시 지우고 쓴다. 그리고 팻말을 ‘Closed’로 돌리는 순간 영업은 종료된다.
예술가 고든 마타-클락(Gordon Matta-Clark)이 맨해튼의 예술 커뮤니티를 위해 1970년대에 운영했던 예술가 운영식당 ‘푸드FOOD’를 상기시킨다. 16mm 흑백영화 <푸드 (FOOD)>(1972)는 1971년 10월 소호에 있는 127 프린스 스트릿과 우스터 스트릿 코너에 위치한 레스토랑이자 예술가 협동조합 장소인 ‘FOOD’의 기록이다.[1] 이 공간은 1970년대 초 뉴욕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소호에서, 교류와 실험이 교차하던 장이자 지속적인 예술 프로젝트를 생산해 낸 핵심적인 이벤트 공간이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_QE9byGeZ6Y
마타-클락은 3년간 이 식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와 함께 이곳을 기록한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틈틈이 기록하면서 장소에 대한 기억과 그 주변에 얽힌 장소의 생태계를 비춘다. 맛있는 수프로 이곳의 이름을 알리고, 각자 내고 싶은 금액을 낸다. 마타-클락의 경우 모든 음식을 뼈로 만들고 뼈에 구멍을 뚫어 목걸이를 만드는 일명 ‘마타 뼈(Matta-Bones)’라는 메뉴를 고안하기도 했다.[2] 식당에서 직접 음식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시연하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식탁 위에서 자주 이루어진다는 것을. 익숙한 장소인 식탁 위는 항상 사람들과 둘러 앉아 음식을 먹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인생을 식탁 위에서 기념할 정도로 아닌가 싶다. 앞의 글이 너무 길었다.
맨해튼의 차이나타운. 이곳에 예술가 운영 식당 FOOD가 작가 루시앙 스미스(Lucien Smith)에 의해 부활했다. 이 장소는 고든 마타-클라크의 유산(estate)과 함께 협력하여 실현되었고, 스미스는 이 식당을 통해 예술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다운타운 예술 참여를 강화하는 활동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3] 이 기사를 보고 얼른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 음식과 예술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시각적으로도 그렇지만 온 감각을 이용해 우리는 맛을 느낀다. 우리는 보통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그 음식을 맛본다. 음식에 관해 이야기 나눈다. 개인적이고 사변적이다. 그렇게 따지면 음식을 음미하는 것이 작품 감상과 다를 바가 없다. 사실 스미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예술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Serving the People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스미스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예술가 고용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예술가들이 경제적으로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커뮤니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식당이라고 하는 곳을 뉴욕 스타일로 어떻게 재해석하는지에 있다. 일류 음식점에서 요리를 배운 요리사가 맛있게 만들어주는 음식이 전부일까?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가장 맛있듯, 그저 무심하게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음식도 든든한 한 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스미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접근법은 오늘날 뉴욕시의 레스토랑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재고하는 것이다.”[4]
실제로 다녀왔을 때는 아주 간단한 브런치 메뉴와 기본적 음료가 메뉴 전부였다. 하지만 저녁 테이블은 다르다. 메뉴는 늘 변하고, 재료도 달라진다. 테이블도 없고 이전 89 Canal St에 있는 다이너(Diner)자리를 그대로 사용한다. 필자가 방문한 12시에는 평범한 미국식 브런치 메뉴가 있었고 메뉴판은 영수증으로 대체됐다. 실제 일하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현실적인 메뉴. 하지만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메뉴. 한국에 있는 라면, 김밥 분식점처럼 말이다. 아주 간단한 조리 기구로 만드는 요리를 선보였다.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친구와 나누는 일상 대화가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일기장 같은 일상을 나눈다. 공간을 경험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 배를 든든히 채웠다. 조각난 시간을 기억하며, 그때 친구와 나눈 대화가 작은 화면처럼 머릿속에 재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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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1972) - Gordon Matta-Clark
영상 링크 https://youtu.be/XxBuoegXxFY?si=6KLM_pMxnAnUQ856
[1] 구동희, 「고든 마타-클락 작품의 아카이브 경향 – 변증법적 방법과 실천을 중심으로」(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예술학 박사학위논문, 2025), 93쪽.
[2] 구동희, 앞의 글, 96쪽.
[3] Gabriella Angeleti, The Art Newspaper, 19 Sept 2024, “Lucien Smith will re-create New York’s legendary artist-run restaurant FOOD,” https://www.theartnewspaper.com/2024/09/19/artist-run-restaurant-food-reopening-new-york-lucien-smith
[4] Angeleti, 앞의 글.
2026.3.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March. 2026.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