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ACK 앜앜앜: 작가-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곧 열릴 이재윤 전
김영기(OCI미술관 부관장)
전시 기획안 : 이재윤 개인전
2026. 05. 김영기
#형광빛 #원색 #선명 #산뜻 #예외없는생활갑질 #생명에경중은없지만우열은있다 #음식권력 #미식법정 #키우고잡고썰고볶고씹고별점매기고 #즐겨요가해당사자여러분
★ 개요
눈 감고 지나도 눈길이 간다. 형형색색 찬란한 아크릴의 원색과 형광빛, 한편의 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유려한 외곽선과 칼 같은 음영 분할이 돋보이는 이재윤의 페인팅. 예쁘고 상냥하고 친근함 넘치는, 딱 소개팅 프리패스 인상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반전 그 자체인 그림. 그 선명 산뜻함에 홀려 자세히 되짚으면, 동족에 가혹하고, 이종에겐 더욱 가혹한 인간 전횡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각인함에 놀란다. 전시장을 돌면 돌수록 더 크게 다가오는, 즐거운 눈과 무거운 마음의 골 때리는 우격다짐. 예고 없는 이 인지부조화를 우리는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
★ 설계 / 전개
전시는 물리적으로 구획한 5개의 전시실에 걸쳐, 다섯 장면이 차례로 이어진다. 자연히 전시실과 장면 전개는 1:1 대응한다. 각 전시실은 공간의 형태와 크기, 분할, 조도와 주조색, 재질감, 소음/진동 등 관람 경험에 직접 관여하는 모든 요인에, 의도적으로 서로 확연한 차이를 둔다. 맥락이 점층하며 주제에 다가간다. 손바닥 뒤집듯 사뭇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 속에 이전 장면과의 접점이나 연속성이 숨어 있어, 획일적인 점층이 아닌, 지그재그 좌충우돌하며 고조하는 인상을 심는다.
★ 다섯 개의 씬
▧ SCENE #1 - 목장과 축사
“와그작 후루룩 쩝쩝 꿀꺽~”
거인의 입안에 전시장을 펼친 듯, 먹방 ASMR이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축사. 버터와 마늘을 볶는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다. 사료를 클릭해 축사에 들어찬 소와 돼지들에게 먹이를 준다. 새 지푸라기 깔기, 환풍기 달아주기, 클래식 음악 들려주기, 물 주기, 백신 투여, 발굽 깎기, 빗질하기 등의 스킬을 펼치면 동물들이 기쁜 소리로 아우성친다. 전시장 한쪽 울타리의 작은 양 한 마리는 실제로 먹이를 주고 쓰다듬을 수 있다.
▧ SCENE #2 - 마트
형형색색, 반짝반짝, 주렁주렁
느닷없이 깔끔, 말끔, 상큼해졌다! 살랑살랑 들려오는 CM송, 레진으로 마감한 바닥, 가지런히 뻗은 진열대마다 주렁주렁 행사 팝업과 가격표, 오색찬란 패키지를 코스프레 하듯 온몸에 두른 각종 식재료가 즐비한 대형 마트에 입장한 관객들. 소, 닭, 돼지, 양 얼굴을 새긴 주화를 하나 받아, 입구에 설치된 미니 카트를 직접 밀며 전시장을 돌면, 선반을 좌우로 가득 채운 형형색색 통조림과 신선식품 코너에 주렁주렁 내걸린 큼직한 만화 고기가 마주 반긴다. 한참 후, 카트에 박힌 작은 패널에 재생되는 ‘도축장 다큐멘터리’와 ‘축산물 이력제’ 홍보 영상에, SCENE #1에서 키우던 동물들이 반갑게 등장함을 문득 깨닫는다.

이재윤_님프의 다리 Pont de la Nymphe_캔버스에 아크릴_d.80cm_2025
▧ SCENE #3 - 주방
송송송, 지글지글, 차곡차곡 소복이
3스타 파인 다이닝의 주방. VIP 예약 시간이 다가오는지 무척이나 분주하다. 요리사 대신, 칼, 불, 플레이팅과 하나씩 대응하는 세 조의 컨베이어 벨트가 빙글빙글 돌며, 주방의 분주함을 형상화한다. 다듬은 식재료, 익힌 고기, 접시에 앉아 고명을 뒤집어쓴 요리가 각각의 벨트 위에 줄지어 돌아간다. 세 과정을 거치며 식재료는, 개봉 당시의 모습이 무색하게, 점차 그럴듯한 ‘요리’의 면모를 갖춘다.

이재윤_초원의 포식자 Predators in the Meadow_캔버스에 아크릴_195x135cm_2024
▧ SCENE #4 - 법정
“음매~ 꿀꿀~ 꼬끼오~”
샹들리에와 화려한 촛대, 대화하려면 핸드폰을 꺼내야 할 정도로 긴 테이블이 돋보이는 만찬장. 클래식 BGM 대신 요리들의 살아생전 활기찬 음성이 만찬장을 가득 채운다. 명품 접시 대신 피고인 의자 모형에 줄지어 차려 낸 음식은, 향기롭기는커녕, 피비린내와 세제, 약품 냄새로 영 고약하다. 청각, 후각, 시각이 따로 노는 사태에 두리번거리며 맨 안쪽 중앙의 높다란 단상에 오른 관객은, 이윽고 바 형태의 판사석에 앉는다.
1) 공소장
- 먼저 공소장을 낭독한다. 이름도 외우기 힘든 다양한 음식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영양 성분표가 공소장이다.
2) 구형
- 옆 테이블의 관객이 유심히 본 음식을 골라 추천과 비추천을 누르고, 그 이유를 간단히 표시한다.
3) 판결
- 큰 포크로 뒤집힌 접시를 두드려 판결한다. 판결문은 별점과 태그로 작성한다.
4) 청구서
- 해당 음식의 청구서를 받고 결제한다. 청구서엔 목숨을 제공한 동식물의 도축/채집/가공 과정을 생생히 묘사한다.
5) 면죄부
- 영수증을 발급받아 미식 법정을 나선다. 영수증엔 한 끼 식사로 화한 순교자들(성 대관령 한우, )의 담담한 유언과 소망이 박혀 있다. 정당한 대가를 치른 증표이므로 천벌을 면하고, 떳떳할 수 있다.
▧ SCENE #5 - 봉안당
“순대국선열에 일동 묵념”
마트(SCENE #2)에서 구매한 통조림은 사실 순교자들의 관(coffin)이며, 판결문은 후대의 사람들이 지어 준 묘비명(epitaph)이었다. 봉안당의 빈칸에 각자 통조림을 판결문과 함께 모시고 목례와 함께 전시장을 나선다.
★ 무장 해제, 이윽고 시간차 공격
형광색 아크릴과 만화적 섹션 분할은 즉석에서 관객을 시각 유희로 이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팝아트적 수사가 아니라 심리적 무장 해제와 이입의 덫이다. 이를테면, 목을 따고 털을 뽑고 내장을 덜 뺀 생닭은 혐오감을 부르지만, 큰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닭다리를 들고 미소 짓는 통닭 캐릭터는 ‘먹잘알이라면 놓칠 수 없는, 힙하고 핫한 신상 치킨’이며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아이템이자 유행이다. 마치 ‘과수원의 사과와 세잔의 사과, 사과 혈색 넘치는 색조화장품 광고, 사과 대신 합성 사과향만 가득한 사과(맛) 음료, 과수원 지분은 1도 없는 빅테크 기업 애플의 로고’로 이어지는 시뮬라시옹과 같은 전개이다. 복제본의 새 원본성에 주목한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에 호응하듯, 이재윤의 만화 닭다리는 생닭이 해낼 수 없는 일을 한다. 외모로 참상을 가리고 내적 친밀감을 불러 몰입을 더한다. 시뮬라크르는, 역으로 본점을 인수한 분점의 성공 신화, 말하자면 일종의 청출어람인 셈이다.
그럼, 이 ‘청출어람’은 왜 섭외했나? 원본과 다름을 명심하자는 얄팍한 계몽이 아니다. 외려 관객을 공범으로 엮어 거하게 ‘통수’ 치기 위한 빌드업이다. 직접 쇼핑하고 죽음을 포장하는 미식 판결을 내리는 일련의 체험적 관람을 통해 포식자의 면모를 자각하게 부추긴다. 그저 신을 냈을 뿐인데, 돌아보니 문득 활기찬 잔혹사, 죄악의 유희라니. 본 전시는 결국, 근사하게 포장한 잔혹한 현실을 천진난만한 얼굴로 탐닉하게 꼬드겨, 방관자로 남는 대신 살육제의 공범으로 전락시키는 정교한 함정이다. 이 함정에서, 생명 윤리적 방어 기제를 펼칠 틈도, 자기 변호할 짬도 주지 않는 것이 바로 청출어람 패키지의 역할이다.
★ 차기 전시 티저
《해골탑에서 만나여》
2020년도 작 〈꽃들의 전쟁 The War of the Flowers〉은 아즈텍의 인신 공양 인습을 상징하는 해골탑을 모티프로 작업했다. 바야흐로 본 전시에는, 직전 전시에서 찍혀 나오는 수많은 영수증으로 도배한 거대한 해골탑이 실제로 등장한다. 말하자면, 순교자들의 묘비명을 온몸에 새긴 거대한 무덤이다. 그들의 혼을 불러내어, 만일 그때 채집/도축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이 이어졌을는지 재구성한다.
2026.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6.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2026 ACK 앜앜앜: 작가-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곧 열릴 이재윤 전
김영기(OCI미술관 부관장)
전시 기획안 : 이재윤 개인전
2026. 05. 김영기
#형광빛 #원색 #선명 #산뜻 #예외없는생활갑질 #생명에경중은없지만우열은있다 #음식권력 #미식법정 #키우고잡고썰고볶고씹고별점매기고 #즐겨요가해당사자여러분
★ 개요
눈 감고 지나도 눈길이 간다. 형형색색 찬란한 아크릴의 원색과 형광빛, 한편의 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유려한 외곽선과 칼 같은 음영 분할이 돋보이는 이재윤의 페인팅. 예쁘고 상냥하고 친근함 넘치는, 딱 소개팅 프리패스 인상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반전 그 자체인 그림. 그 선명 산뜻함에 홀려 자세히 되짚으면, 동족에 가혹하고, 이종에겐 더욱 가혹한 인간 전횡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각인함에 놀란다. 전시장을 돌면 돌수록 더 크게 다가오는, 즐거운 눈과 무거운 마음의 골 때리는 우격다짐. 예고 없는 이 인지부조화를 우리는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
★ 설계 / 전개
전시는 물리적으로 구획한 5개의 전시실에 걸쳐, 다섯 장면이 차례로 이어진다. 자연히 전시실과 장면 전개는 1:1 대응한다. 각 전시실은 공간의 형태와 크기, 분할, 조도와 주조색, 재질감, 소음/진동 등 관람 경험에 직접 관여하는 모든 요인에, 의도적으로 서로 확연한 차이를 둔다. 맥락이 점층하며 주제에 다가간다. 손바닥 뒤집듯 사뭇 갑작스러운 장면 전환 속에 이전 장면과의 접점이나 연속성이 숨어 있어, 획일적인 점층이 아닌, 지그재그 좌충우돌하며 고조하는 인상을 심는다.
★ 다섯 개의 씬
▧ SCENE #1 - 목장과 축사
“와그작 후루룩 쩝쩝 꿀꺽~”
거인의 입안에 전시장을 펼친 듯, 먹방 ASMR이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축사. 버터와 마늘을 볶는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다. 사료를 클릭해 축사에 들어찬 소와 돼지들에게 먹이를 준다. 새 지푸라기 깔기, 환풍기 달아주기, 클래식 음악 들려주기, 물 주기, 백신 투여, 발굽 깎기, 빗질하기 등의 스킬을 펼치면 동물들이 기쁜 소리로 아우성친다. 전시장 한쪽 울타리의 작은 양 한 마리는 실제로 먹이를 주고 쓰다듬을 수 있다.
▧ SCENE #2 - 마트
형형색색, 반짝반짝, 주렁주렁
느닷없이 깔끔, 말끔, 상큼해졌다! 살랑살랑 들려오는 CM송, 레진으로 마감한 바닥, 가지런히 뻗은 진열대마다 주렁주렁 행사 팝업과 가격표, 오색찬란 패키지를 코스프레 하듯 온몸에 두른 각종 식재료가 즐비한 대형 마트에 입장한 관객들. 소, 닭, 돼지, 양 얼굴을 새긴 주화를 하나 받아, 입구에 설치된 미니 카트를 직접 밀며 전시장을 돌면, 선반을 좌우로 가득 채운 형형색색 통조림과 신선식품 코너에 주렁주렁 내걸린 큼직한 만화 고기가 마주 반긴다. 한참 후, 카트에 박힌 작은 패널에 재생되는 ‘도축장 다큐멘터리’와 ‘축산물 이력제’ 홍보 영상에, SCENE #1에서 키우던 동물들이 반갑게 등장함을 문득 깨닫는다.

이재윤_님프의 다리 Pont de la Nymphe_캔버스에 아크릴_d.80cm_2025
▧ SCENE #3 - 주방
송송송, 지글지글, 차곡차곡 소복이
3스타 파인 다이닝의 주방. VIP 예약 시간이 다가오는지 무척이나 분주하다. 요리사 대신, 칼, 불, 플레이팅과 하나씩 대응하는 세 조의 컨베이어 벨트가 빙글빙글 돌며, 주방의 분주함을 형상화한다. 다듬은 식재료, 익힌 고기, 접시에 앉아 고명을 뒤집어쓴 요리가 각각의 벨트 위에 줄지어 돌아간다. 세 과정을 거치며 식재료는, 개봉 당시의 모습이 무색하게, 점차 그럴듯한 ‘요리’의 면모를 갖춘다.

이재윤_초원의 포식자 Predators in the Meadow_캔버스에 아크릴_195x135cm_2024
▧ SCENE #4 - 법정
“음매~ 꿀꿀~ 꼬끼오~”
샹들리에와 화려한 촛대, 대화하려면 핸드폰을 꺼내야 할 정도로 긴 테이블이 돋보이는 만찬장. 클래식 BGM 대신 요리들의 살아생전 활기찬 음성이 만찬장을 가득 채운다. 명품 접시 대신 피고인 의자 모형에 줄지어 차려 낸 음식은, 향기롭기는커녕, 피비린내와 세제, 약품 냄새로 영 고약하다. 청각, 후각, 시각이 따로 노는 사태에 두리번거리며 맨 안쪽 중앙의 높다란 단상에 오른 관객은, 이윽고 바 형태의 판사석에 앉는다.
1) 공소장
- 먼저 공소장을 낭독한다. 이름도 외우기 힘든 다양한 음식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영양 성분표가 공소장이다.
2) 구형
- 옆 테이블의 관객이 유심히 본 음식을 골라 추천과 비추천을 누르고, 그 이유를 간단히 표시한다.
3) 판결
- 큰 포크로 뒤집힌 접시를 두드려 판결한다. 판결문은 별점과 태그로 작성한다.
4) 청구서
- 해당 음식의 청구서를 받고 결제한다. 청구서엔 목숨을 제공한 동식물의 도축/채집/가공 과정을 생생히 묘사한다.
5) 면죄부
- 영수증을 발급받아 미식 법정을 나선다. 영수증엔 한 끼 식사로 화한 순교자들(성 대관령 한우, )의 담담한 유언과 소망이 박혀 있다. 정당한 대가를 치른 증표이므로 천벌을 면하고, 떳떳할 수 있다.
▧ SCENE #5 - 봉안당
“순대국선열에 일동 묵념”
마트(SCENE #2)에서 구매한 통조림은 사실 순교자들의 관(coffin)이며, 판결문은 후대의 사람들이 지어 준 묘비명(epitaph)이었다. 봉안당의 빈칸에 각자 통조림을 판결문과 함께 모시고 목례와 함께 전시장을 나선다.
★ 무장 해제, 이윽고 시간차 공격
형광색 아크릴과 만화적 섹션 분할은 즉석에서 관객을 시각 유희로 이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팝아트적 수사가 아니라 심리적 무장 해제와 이입의 덫이다. 이를테면, 목을 따고 털을 뽑고 내장을 덜 뺀 생닭은 혐오감을 부르지만, 큰 눈을 깜박이며 자신의 닭다리를 들고 미소 짓는 통닭 캐릭터는 ‘먹잘알이라면 놓칠 수 없는, 힙하고 핫한 신상 치킨’이며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아이템이자 유행이다. 마치 ‘과수원의 사과와 세잔의 사과, 사과 혈색 넘치는 색조화장품 광고, 사과 대신 합성 사과향만 가득한 사과(맛) 음료, 과수원 지분은 1도 없는 빅테크 기업 애플의 로고’로 이어지는 시뮬라시옹과 같은 전개이다. 복제본의 새 원본성에 주목한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에 호응하듯, 이재윤의 만화 닭다리는 생닭이 해낼 수 없는 일을 한다. 외모로 참상을 가리고 내적 친밀감을 불러 몰입을 더한다. 시뮬라크르는, 역으로 본점을 인수한 분점의 성공 신화, 말하자면 일종의 청출어람인 셈이다.
그럼, 이 ‘청출어람’은 왜 섭외했나? 원본과 다름을 명심하자는 얄팍한 계몽이 아니다. 외려 관객을 공범으로 엮어 거하게 ‘통수’ 치기 위한 빌드업이다. 직접 쇼핑하고 죽음을 포장하는 미식 판결을 내리는 일련의 체험적 관람을 통해 포식자의 면모를 자각하게 부추긴다. 그저 신을 냈을 뿐인데, 돌아보니 문득 활기찬 잔혹사, 죄악의 유희라니. 본 전시는 결국, 근사하게 포장한 잔혹한 현실을 천진난만한 얼굴로 탐닉하게 꼬드겨, 방관자로 남는 대신 살육제의 공범으로 전락시키는 정교한 함정이다. 이 함정에서, 생명 윤리적 방어 기제를 펼칠 틈도, 자기 변호할 짬도 주지 않는 것이 바로 청출어람 패키지의 역할이다.
★ 차기 전시 티저
《해골탑에서 만나여》
2020년도 작 〈꽃들의 전쟁 The War of the Flowers〉은 아즈텍의 인신 공양 인습을 상징하는 해골탑을 모티프로 작업했다. 바야흐로 본 전시에는, 직전 전시에서 찍혀 나오는 수많은 영수증으로 도배한 거대한 해골탑이 실제로 등장한다. 말하자면, 순교자들의 묘비명을 온몸에 새긴 거대한 무덤이다. 그들의 혼을 불러내어, 만일 그때 채집/도축되지 않았다면 어떤 삶이 이어졌을는지 재구성한다.
2026.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6.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