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
박준수
완전범죄는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스무 살을 갓 넘은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 《한국의 100대 부자》라는 책이 유행했다. 그 책은 한국의 100대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 적혀 있었는데, 그 방법들은 놀라웠지만 허무하게도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 “이 방법은 현행법상 불법입니다”와 같은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돈을 벌었다는 방법들은 알박기, 주가 조작, 일감 몰아주기 같은 방식들이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범죄도시의 대사처럼 “법은 범죄를 앞서갈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이 돈을 벌 때는 범죄라기보다는 봉이 김선달처럼 기발한 발상이었으리라.
미술판은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 비해 청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따금씩 위작 논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상류사회》 같은 영화에서 재벌가의 돈 세탁이 과장되게 묘사되어 마치 미술판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순실이 돈이 되지 않아 손을 대지 않았다고 농담을 했을 정도로 한국 미술판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호사다마라고, 단군 이래 한국 미술 시장 최대 호황이었지만, 그 이면에서 폰지 사기나 먹튀, 야반도주 같은 사건들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미술판에 일어났던 범죄 사례들을 살펴보자.
2005년 일어난 이중섭, 박수근 위작 사건은 12년만인 2017년 대법원에서 위작으로 판단하고, 판매한 소장자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범죄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위작이다. 위작 사건에도 여러 가지 사례가 있는데, 흔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 작가의 위작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2005년 박수근,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위조하여 판매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2,800여 점의 위작이 확인되며 미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과 2016년에 일어난 이우환 작가의 위작 사건도 있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한국 미술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많은 구매자들이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이런 일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위작을 그려 판매하는 것보다 더 쉽게 일어나는 위조 사례도 있다. 바로 작품 보증서를 위조하는 방법이다. 협회에 근무할 때 감정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는데, 90년대 협회가 발행한 보증서를 들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빌려준 돈 대신 작품으로 받으려는데, 작품이 진위인지 확인해 달라는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들고 온 보증서를 협회가 보관하고 있는 보증서와 대조해보니, 보증서의 일련번호는 맞지만 다른 작품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보증서를 위조하여 다른 작품의 사진을 붙여 놓은 것이었다. 확인을 하지 않았더라면, 돈도 떼이고, 사기를 당할 뻔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가치가 없는 위작에 유명 갤러리나 공신력 있는 감정평가기관에서 발행한 보증서를 붙여 판매하는 사례가 있다. 작품 보증서를 발행하는 갤러리나 감정평가기관은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하지만, 위조 지폐 방지처럼 엄청난 기술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조가 쉽다.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증서를 발행한 갤러리나 기관에 보증서의 진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미술품 감정 평가를 하고 있는 한국화랑협회 감정평가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발행한 협회 보증서와 감정 소견서의 사본을 보관하고 있다. 보증서나 감정 소견서가 있다고 절대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위작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2010년, 일부 저축은행들은 미술품의 구매가를 기준으로 담보 대출을 진행하였다. 당시 담보로 제공된 작품 중 일부가 위작으로 판명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금융 기관의 부실이 드러났고, 작품 가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이 사건은 시가 감정 평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분야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UBS와 독일에 본사를 둔 도이치뱅크는 세계적인 금융 서비스 기업이다. UBS는 아트바젤을 비롯하여 아시아에서 열리는 아트 어셈블리 주최의 타이페이 당다이, 싱가포르의 아트 SG, 도쿄 겐다이, 상하이에서 열리는 웨스트번드 등 여러 아트페어를 후원한다. 도이치뱅크 역시 프리즈를 후원한다. 이러한 국제적인 금융 서비스 기업들이 아트페어를 후원하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VIP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액 자산가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효과 외에도 금융사들은 고액 작품 구매 시 작품 구입을 위한 자금을 대출해주어 실질적인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작품에 대한 가치가 금융업에서도 인정되기 때문이다.
UBS나 도이치뱅크와 달리 국내 금융 기관은 작품 담보 대출에 대해 폐쇄적이다. 서울옥션이나 케이옥션과 같은 옥션사에서 작품 담보 대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금융 기관에서의 대출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국내 금융사들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다. 부동산은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되어 안전한 수익원으로 여겨진다. 반면, 작품 담보 대출에 닫혀 있는 이유는 위와 같은 위작 작품 담보 대출로 인한 사건 때문이다. 작품 가격에 대한 신뢰 회복을 통해 금융 기관의 자본이 미술 시장으로 유입되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미술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갈 길이 멀다.
알렉산더 칼더의 회고전 <칼더 온 페이퍼>의 포스터, 아시아 최초로 열린 칼더의 회고전으로 주목 받았지만, 복제품 전시라는 스캔들에 휩싸였다.
위작 사례 중에는 작가나 재단과 협의되지 않은 복제품을 제작하여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2019년, K현대미술관은 알렉산더 칼더의 전시에서 칼더 재단으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복제품 4점을 자체 제작하여 전시했다. 칼더 재단으로부터 문제가 제기되자 즉시 철거했다고 해명하며, 재단과의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복제품을 전시한 사례로, 미술판에서 저작권 준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위작과 같은 사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갤러리는 공모전이나 초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작가들을 모집하고 선정한 뒤, 도록 제작비나 팜플렛 제작비, 포스터 제작비 같은 명목으로 작가에게 금전적인 요구를 한다. 이는 범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술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전시를 하고 싶어 하는 신진 작가들을 속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겪은 작가들은 갤러리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된다.
KIAF는 전시자 메뉴얼에 “부스비를 작가에게 부담시키거나 부스를 작가에게 임대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정화와 외부의 감시와 제재가 필요하다.
아트페어에 나가게 해주겠다며 부스비를 작가에게 전가하거나, 아트페어 승인이 된 후 그 권리를 다른 갤러리에게 양도하여 금전적 이득을 챙기는 갤러리도 있다. 이는 일부 갤러리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이로 인해 정당한 심사를 받고 참가하는 갤러리와 작가 모두에게 악영향을 준다.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 양성하고, 전시를 잘 만들어 내는 갤러리와 좋은 작업을 위해 몰두하는 작가들이 설 자리를 잃는다.
이런 갤러리를 악용하는 작가도 있다. 다른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후에 취미로 그림을 시작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아마추어와 같은 수준이었는데, 본인에게 금전적인 여유가 있으니, 여러 갤러리를 대관하여 전시를 하고, 본인의 사업과 관련한 다른 업체 대표들에게 사회적인 위치를 통해 작품을 강매했다.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에게 부스비를 대신 내주고 참가하는 방법도 서슴치 않았다. 이런 작가에게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밀려 참가를 할 수 없게 되면 그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히 크다.
이런 모든 부정적이고 편법적인 행위를 모두 걸러내야 한국 미술판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어려서 아버지께서 도둑질도 안 써먹고 안 당하려면 배워두면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미술판에 벌어졌던 사건 사례들을 되돌아보고, 다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청정 미술판이 되기를 바란다.
군대에 있을 때 화장실 변기 앞에 적혀 있던 글이 있다.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말은 걸리면 끝장이라는 말과 같다.”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를 그린 <HOT ART>, 그래도 한국 미술판은 투명하고 깨끗한 편이다.
2025.0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anuary. 2025,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범죄의 재구성
박준수
완전범죄는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스무 살을 갓 넘은 대학생이 되었을 무렵, 《한국의 100대 부자》라는 책이 유행했다. 그 책은 한국의 100대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 적혀 있었는데, 그 방법들은 놀라웠지만 허무하게도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 “이 방법은 현행법상 불법입니다”와 같은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돈을 벌었다는 방법들은 알박기, 주가 조작, 일감 몰아주기 같은 방식들이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범죄도시의 대사처럼 “법은 범죄를 앞서갈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이 돈을 벌 때는 범죄라기보다는 봉이 김선달처럼 기발한 발상이었으리라.
미술판은 부동산이나 주식 시장에 비해 청정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따금씩 위작 논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상류사회》 같은 영화에서 재벌가의 돈 세탁이 과장되게 묘사되어 마치 미술판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순실이 돈이 되지 않아 손을 대지 않았다고 농담을 했을 정도로 한국 미술판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호사다마라고, 단군 이래 한국 미술 시장 최대 호황이었지만, 그 이면에서 폰지 사기나 먹튀, 야반도주 같은 사건들이 발생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미술판에 일어났던 범죄 사례들을 살펴보자.
2005년 일어난 이중섭, 박수근 위작 사건은 12년만인 2017년 대법원에서 위작으로 판단하고, 판매한 소장자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범죄 사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위작이다. 위작 사건에도 여러 가지 사례가 있는데, 흔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 작가의 위작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있다. 2005년 박수근,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위조하여 판매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2,800여 점의 위작이 확인되며 미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과 2016년에 일어난 이우환 작가의 위작 사건도 있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한국 미술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많은 구매자들이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이런 일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위작을 그려 판매하는 것보다 더 쉽게 일어나는 위조 사례도 있다. 바로 작품 보증서를 위조하는 방법이다. 협회에 근무할 때 감정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는데, 90년대 협회가 발행한 보증서를 들고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빌려준 돈 대신 작품으로 받으려는데, 작품이 진위인지 확인해 달라는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들고 온 보증서를 협회가 보관하고 있는 보증서와 대조해보니, 보증서의 일련번호는 맞지만 다른 작품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보증서를 위조하여 다른 작품의 사진을 붙여 놓은 것이었다. 확인을 하지 않았더라면, 돈도 떼이고, 사기를 당할 뻔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가치가 없는 위작에 유명 갤러리나 공신력 있는 감정평가기관에서 발행한 보증서를 붙여 판매하는 사례가 있다. 작품 보증서를 발행하는 갤러리나 감정평가기관은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하지만, 위조 지폐 방지처럼 엄청난 기술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조가 쉽다.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증서를 발행한 갤러리나 기관에 보증서의 진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미술품 감정 평가를 하고 있는 한국화랑협회 감정평가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발행한 협회 보증서와 감정 소견서의 사본을 보관하고 있다. 보증서나 감정 소견서가 있다고 절대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위작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2010년, 일부 저축은행들은 미술품의 구매가를 기준으로 담보 대출을 진행하였다. 당시 담보로 제공된 작품 중 일부가 위작으로 판명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금융 기관의 부실이 드러났고, 작품 가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이 사건은 시가 감정 평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분야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UBS와 독일에 본사를 둔 도이치뱅크는 세계적인 금융 서비스 기업이다. UBS는 아트바젤을 비롯하여 아시아에서 열리는 아트 어셈블리 주최의 타이페이 당다이, 싱가포르의 아트 SG, 도쿄 겐다이, 상하이에서 열리는 웨스트번드 등 여러 아트페어를 후원한다. 도이치뱅크 역시 프리즈를 후원한다. 이러한 국제적인 금융 서비스 기업들이 아트페어를 후원하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VIP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액 자산가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 및 영향력 확대를 목표로 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효과 외에도 금융사들은 고액 작품 구매 시 작품 구입을 위한 자금을 대출해주어 실질적인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작품에 대한 가치가 금융업에서도 인정되기 때문이다.
UBS나 도이치뱅크와 달리 국내 금융 기관은 작품 담보 대출에 대해 폐쇄적이다. 서울옥션이나 케이옥션과 같은 옥션사에서 작품 담보 대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금융 기관에서의 대출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국내 금융사들은 일반적으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다. 부동산은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되어 안전한 수익원으로 여겨진다. 반면, 작품 담보 대출에 닫혀 있는 이유는 위와 같은 위작 작품 담보 대출로 인한 사건 때문이다. 작품 가격에 대한 신뢰 회복을 통해 금융 기관의 자본이 미술 시장으로 유입되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미술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갈 길이 멀다.
알렉산더 칼더의 회고전 <칼더 온 페이퍼>의 포스터, 아시아 최초로 열린 칼더의 회고전으로 주목 받았지만, 복제품 전시라는 스캔들에 휩싸였다.
위작 사례 중에는 작가나 재단과 협의되지 않은 복제품을 제작하여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2019년, K현대미술관은 알렉산더 칼더의 전시에서 칼더 재단으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복제품 4점을 자체 제작하여 전시했다. 칼더 재단으로부터 문제가 제기되자 즉시 철거했다고 해명하며, 재단과의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복제품을 전시한 사례로, 미술판에서 저작권 준수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위작과 같은 사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갤러리는 공모전이나 초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작가들을 모집하고 선정한 뒤, 도록 제작비나 팜플렛 제작비, 포스터 제작비 같은 명목으로 작가에게 금전적인 요구를 한다. 이는 범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술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전시를 하고 싶어 하는 신진 작가들을 속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겪은 작가들은 갤러리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된다.
KIAF는 전시자 메뉴얼에 “부스비를 작가에게 부담시키거나 부스를 작가에게 임대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런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정화와 외부의 감시와 제재가 필요하다.
아트페어에 나가게 해주겠다며 부스비를 작가에게 전가하거나, 아트페어 승인이 된 후 그 권리를 다른 갤러리에게 양도하여 금전적 이득을 챙기는 갤러리도 있다. 이는 일부 갤러리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이로 인해 정당한 심사를 받고 참가하는 갤러리와 작가 모두에게 악영향을 준다.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 양성하고, 전시를 잘 만들어 내는 갤러리와 좋은 작업을 위해 몰두하는 작가들이 설 자리를 잃는다.
이런 갤러리를 악용하는 작가도 있다. 다른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후에 취미로 그림을 시작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아마추어와 같은 수준이었는데, 본인에게 금전적인 여유가 있으니, 여러 갤러리를 대관하여 전시를 하고, 본인의 사업과 관련한 다른 업체 대표들에게 사회적인 위치를 통해 작품을 강매했다.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에게 부스비를 대신 내주고 참가하는 방법도 서슴치 않았다. 이런 작가에게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밀려 참가를 할 수 없게 되면 그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히 크다.
이런 모든 부정적이고 편법적인 행위를 모두 걸러내야 한국 미술판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어려서 아버지께서 도둑질도 안 써먹고 안 당하려면 배워두면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런 미술판에 벌어졌던 사건 사례들을 되돌아보고, 다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청정 미술판이 되기를 바란다.
군대에 있을 때 화장실 변기 앞에 적혀 있던 글이 있다.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말은 걸리면 끝장이라는 말과 같다.”
미술품 도둑과 경찰, 아트 딜러들의 리얼 스토리를 그린 <HOT ART>, 그래도 한국 미술판은 투명하고 깨끗한 편이다.
2025.01.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anuary. 2025,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