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 삼분지계
박준수
조조, 유비, 손권은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치열하게 다투었다.
출처 : 코에이
지난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국은 결국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과 함께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세 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모습은 마치 동탁의 죽음 이후 위·촉·오 삼국이 중원의 패권을 놓고 다투던 시기를 연상케 한다. 어린 시절에는 유비가 삼국을 통일하길 바라며 삼국지를 읽었지만, 지금의 대선 국면에서는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조차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 빈 상가와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자료출처 : 뉴스1
한국 미술 시장 역시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했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에는 ‘임대’ 표지판만 즐비하다.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운영을 중단하는 갤러리가 늘고 있으며, 거래처에 대한 미수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갤러리와 아트페어도 증가하고 있다.
2024년 1월 ‘아트인컬처’에 기고한 칼럼 「아트페어 전성시대, 개성이 무기다」에서 언급했던 희망 섞인 아트페어 전성기는, 현실에서는 춘추전국시대처럼 아트페어가 과잉 공급되며 개성과 상생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아트페어의 난립 속에서 갤러리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있다. 메이저 갤러리들은 과도한 참가 요청을 거절하느라 진을 빼고 있으며, 중소 갤러리들은 높아진 부스비에도 불구하고 워크인 고객이 사라진 현실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각종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장돌뱅이’ 신세가 되었다. 매주, 매달 열리는 아트페어에 관람객은 피로를 느끼고, 작품은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작가들은 좋은 전시를 위한 창작보다는 ‘시장에 내놓을 상품’을 제작하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혼란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 해법은 아트페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화랑미술제 현장
사진 출처: 화랑미술제 보도자료
2024년 9월 ACK에 기고했던 「하여가」에서 언급했던 ‘황도대전’ 이후 2년, 또 한 번의 회장 선거를 거친 (사)한국화랑협회는 ‘키아프’와 ‘화랑미술제’ 운영에 있어 일정 수준의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인 168개 갤러리가 참가한 2025 화랑미술제는, 내부적으로는‘읍참마속’의 심정으로도 회원 화랑을 정리하지 못한 채 ‘제 식구 살리기’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외부적으로는 ‘깨끗한 물을 더 부어 정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한 듯하다. 그 결과, 새로운 갤러리의 참여가 이어졌고, 수준이 떨어지는 갤러리들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작가에게 부스를 팔거나, 다루지도 않던 작가의 작품을 위탁 받아 판매하는 갤러리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디스플레이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개선되고, 한 작가의 판화가 여러 갤러리에 중복되어 걸리는 장면은 더 이상 보기 힘들다. 168개 갤러리 모두가 새로운 작가들을 소개한다면, 화랑미술제가 표방하듯 한국 미술 시장의 한 해를 여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전히 99만원에 불과한 부스비로 인해 화랑미술제는 자립할 수 없어 부족한 부분을 키아프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기에, 언제까지 이런 구조로 개최가 가능할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키아프 역시 프리즈와의 동시 개최를 발판 삼아 큰 성장을 이루었다. 다만, 예상했던 대로 해외 갤러리 비중은 줄고 국내 갤러리는 늘었다. 주최측인 ‘한국화랑협회’는 ‘중소 화랑 보호’라는 원칙 아래 많은 갤러리를 수용한 결과, 코엑스 A&B홀을 넘어 그랜드볼룸과 플라츠까지 공간을 확장하게 되었다. 의도했든 아니든, 화랑미술제와 마찬가지로 ‘갤러리 수 확대’ 전략은 일정 부분 유효했다.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프리즈만 보기에도 벅차다는 이유로 키아프를 생략하거나, 키아프가 너무 커져 플라츠나 그랜드볼룸은 보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지만, 물리적 규모가 주는 ‘물량 공세’는 관람의 풍성함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개최는 한국 미술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출처: 뉴시스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 개최는 5년 계약 중 이제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특히 2027년 코엑스 대관을 확보하려면, 올해 하반기에는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어야 하므로, 2025년 9월 열릴 네 번째 ‘키아프리즈’는 양측 협력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내년이 마지막 동시 개최가 될지, 혹은 키아프와 프리즈의 ‘오월동주’가 계속될지는 올해 행사의 성과와 이후 협상에 달려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많은 국내 갤러리들이 프리즈에 선정되기 시작했다. 이는 프리즈가 해외 갤러리 이탈로 인해 국내 갤러리에 문턱을 낮춘 결과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프리즈라는 이양선 출몰 이후 국내 갤러리들이 빠르게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동시에, 양질의 국내 갤러리들이 키아프를 떠나 프리즈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키아프에는 분명한 위기다. 이탈한 갤러리만큼 새로운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지 못한 채, 회원 화랑 중심으로 구성된다면, 키아프는 문을 닫지는 않더라도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고, 국내 갤러리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 병행되어야, 키아프는 프리즈와 함께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미술의 큰 한 축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트부산 참가갤러리 IAH 현장 사진
출처 : 아트부산 보도자료
키아프와 함께 한국 미술 시장의 양축을 이뤘던 아트부산의 침체는 로컬 아트마켓 전반의 위기를 드러낸다. BAMA, 아트페어대구, 이어 열릴 UiAF(울산아트페어), Diaf까지 지역에서 개최되는 아트페어들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참가 갤러리 수는 점차 줄고 있으며 관람객의 발걸음도 예전 같지 않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포맷을 실험하고 있으며, 지역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 지역 아트페어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신영복 선생은 『변방을 찾아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방은 창조공간이다. (…) 변방을 낙후되고 소멸해 가는 주변부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전위로 읽어 냄으로써 변방의 의미를 역전시키는 일이 과제가 될 것이다. (…) 공간적 의미의 변방이 아니라 담론 지형에서의 변방, 즉 주류 담론이 아닌 비판 담론, 대안 담론의 의미로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컬 아트페어는 주류 미술 시장에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작가와 실험적 시도를 담아낼 수 있는 ‘비주류 담론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지역 아트페어가 이런 가능성을 실현해낸다면, 한국 미술 시장의 한 축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아트오앤오 참가갤러리 디스위켄드룸 부스 사진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최근에는 미술계 내부의 신생 갤러리뿐 아니라, 다른 산업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영 앤 프래시’를 내세운 신생 아트페어들과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리빙페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디파인, 루프랩, 아트오앤오, 연희아트페어, 조형아트서울, 더 프리뷰(ㄱㄴㄷ순) 등 다양한 아트페어들이 각기 다른 콘셉트와 포맷을 실험하며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이들 역시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기존 미술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소비자층과 새로운 접점을 만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가 미술계 전반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방향을 지켜나가는 갤러리와 아트페어가 있기에, 한국 미술 시장 전체가 붕괴하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뒷받침, 기업과 재단의 지속적인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컬렉터와 대중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진정한 삼국지는 이제부터다. 미술 시장의 명운은 누구의 손에 쥐어질 것인가. 우리는 지금, 치열한 ‘삼분지계’의 중심에서 그 결말을 주시하고 있다.
어려서 신영복 선생의 책을 참 많이 읽으며, 이런 어른으로 살아야지 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든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들조차...
표지 출처 : 교보 문고
2025.0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5.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아트페어 삼분지계
박준수
조조, 유비, 손권은 천하를 셋으로 나누어 치열하게 다투었다.
출처 : 코에이
지난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정국은 결국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과 함께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세 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모습은 마치 동탁의 죽음 이후 위·촉·오 삼국이 중원의 패권을 놓고 다투던 시기를 연상케 한다. 어린 시절에는 유비가 삼국을 통일하길 바라며 삼국지를 읽었지만, 지금의 대선 국면에서는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조차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 빈 상가와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자료출처 : 뉴스1
한국 미술 시장 역시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했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에는 ‘임대’ 표지판만 즐비하다. 미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운영을 중단하는 갤러리가 늘고 있으며, 거래처에 대한 미수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갤러리와 아트페어도 증가하고 있다.
2024년 1월 ‘아트인컬처’에 기고한 칼럼 「아트페어 전성시대, 개성이 무기다」에서 언급했던 희망 섞인 아트페어 전성기는, 현실에서는 춘추전국시대처럼 아트페어가 과잉 공급되며 개성과 상생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아트페어의 난립 속에서 갤러리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있다. 메이저 갤러리들은 과도한 참가 요청을 거절하느라 진을 빼고 있으며, 중소 갤러리들은 높아진 부스비에도 불구하고 워크인 고객이 사라진 현실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각종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장돌뱅이’ 신세가 되었다. 매주, 매달 열리는 아트페어에 관람객은 피로를 느끼고, 작품은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작가들은 좋은 전시를 위한 창작보다는 ‘시장에 내놓을 상품’을 제작하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혼란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 해법은 아트페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화랑미술제 현장
사진 출처: 화랑미술제 보도자료
2024년 9월 ACK에 기고했던 「하여가」에서 언급했던 ‘황도대전’ 이후 2년, 또 한 번의 회장 선거를 거친 (사)한국화랑협회는 ‘키아프’와 ‘화랑미술제’ 운영에 있어 일정 수준의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인 168개 갤러리가 참가한 2025 화랑미술제는, 내부적으로는‘읍참마속’의 심정으로도 회원 화랑을 정리하지 못한 채 ‘제 식구 살리기’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외부적으로는 ‘깨끗한 물을 더 부어 정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전환한 듯하다. 그 결과, 새로운 갤러리의 참여가 이어졌고, 수준이 떨어지는 갤러리들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작가에게 부스를 팔거나, 다루지도 않던 작가의 작품을 위탁 받아 판매하는 갤러리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디스플레이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개선되고, 한 작가의 판화가 여러 갤러리에 중복되어 걸리는 장면은 더 이상 보기 힘들다. 168개 갤러리 모두가 새로운 작가들을 소개한다면, 화랑미술제가 표방하듯 한국 미술 시장의 한 해를 여는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전히 99만원에 불과한 부스비로 인해 화랑미술제는 자립할 수 없어 부족한 부분을 키아프 수익으로 충당하고 있기에, 언제까지 이런 구조로 개최가 가능할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키아프 역시 프리즈와의 동시 개최를 발판 삼아 큰 성장을 이루었다. 다만, 예상했던 대로 해외 갤러리 비중은 줄고 국내 갤러리는 늘었다. 주최측인 ‘한국화랑협회’는 ‘중소 화랑 보호’라는 원칙 아래 많은 갤러리를 수용한 결과, 코엑스 A&B홀을 넘어 그랜드볼룸과 플라츠까지 공간을 확장하게 되었다. 의도했든 아니든, 화랑미술제와 마찬가지로 ‘갤러리 수 확대’ 전략은 일정 부분 유효했다.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프리즈만 보기에도 벅차다는 이유로 키아프를 생략하거나, 키아프가 너무 커져 플라츠나 그랜드볼룸은 보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지만, 물리적 규모가 주는 ‘물량 공세’는 관람의 풍성함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개최는 한국 미술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출처: 뉴시스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 개최는 5년 계약 중 이제 2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특히 2027년 코엑스 대관을 확보하려면, 올해 하반기에는 재계약 여부가 결정되어야 하므로, 2025년 9월 열릴 네 번째 ‘키아프리즈’는 양측 협력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내년이 마지막 동시 개최가 될지, 혹은 키아프와 프리즈의 ‘오월동주’가 계속될지는 올해 행사의 성과와 이후 협상에 달려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많은 국내 갤러리들이 프리즈에 선정되기 시작했다. 이는 프리즈가 해외 갤러리 이탈로 인해 국내 갤러리에 문턱을 낮춘 결과이기도 하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프리즈라는 이양선 출몰 이후 국내 갤러리들이 빠르게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응해 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동시에, 양질의 국내 갤러리들이 키아프를 떠나 프리즈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키아프에는 분명한 위기다. 이탈한 갤러리만큼 새로운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지 못한 채, 회원 화랑 중심으로 구성된다면, 키아프는 문을 닫지는 않더라도 서서히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갤러리를 유치하고, 국내 갤러리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 병행되어야, 키아프는 프리즈와 함께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미술의 큰 한 축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트부산 참가갤러리 IAH 현장 사진
출처 : 아트부산 보도자료
키아프와 함께 한국 미술 시장의 양축을 이뤘던 아트부산의 침체는 로컬 아트마켓 전반의 위기를 드러낸다. BAMA, 아트페어대구, 이어 열릴 UiAF(울산아트페어), Diaf까지 지역에서 개최되는 아트페어들은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참가 갤러리 수는 점차 줄고 있으며 관람객의 발걸음도 예전 같지 않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포맷을 실험하고 있으며, 지역 작가 발굴에 힘쓰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들 지역 아트페어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신영복 선생은 『변방을 찾아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방은 창조공간이다. (…) 변방을 낙후되고 소멸해 가는 주변부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전위로 읽어 냄으로써 변방의 의미를 역전시키는 일이 과제가 될 것이다. (…) 공간적 의미의 변방이 아니라 담론 지형에서의 변방, 즉 주류 담론이 아닌 비판 담론, 대안 담론의 의미로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컬 아트페어는 주류 미술 시장에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작가와 실험적 시도를 담아낼 수 있는 ‘비주류 담론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지역 아트페어가 이런 가능성을 실현해낸다면, 한국 미술 시장의 한 축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아트오앤오 참가갤러리 디스위켄드룸 부스 사진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최근에는 미술계 내부의 신생 갤러리뿐 아니라, 다른 산업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영 앤 프래시’를 내세운 신생 아트페어들과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리빙페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디파인, 루프랩, 아트오앤오, 연희아트페어, 조형아트서울, 더 프리뷰(ㄱㄴㄷ순) 등 다양한 아트페어들이 각기 다른 콘셉트와 포맷을 실험하며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이들 역시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기존 미술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소비자층과 새로운 접점을 만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가 미술계 전반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물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방향을 지켜나가는 갤러리와 아트페어가 있기에, 한국 미술 시장 전체가 붕괴하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뒷받침, 기업과 재단의 지속적인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컬렉터와 대중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 진정한 삼국지는 이제부터다. 미술 시장의 명운은 누구의 손에 쥐어질 것인가. 우리는 지금, 치열한 ‘삼분지계’의 중심에서 그 결말을 주시하고 있다.
어려서 신영복 선생의 책을 참 많이 읽으며, 이런 어른으로 살아야지 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든다. 심지어 대통령 후보들조차...
표지 출처 : 교보 문고
2025.0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5.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