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붉은 대지
박천, 시안미술관 학예실장
신세계 에반게리온 일러스트 이미지
출처: studio khara
현대 사회는 물질적 풍요와 기술적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그 이면에는 내면의 불안과 정체성의 혼란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한국 사회에도 예고 없이 찾아왔다. 1970년대 그리고 1980년대는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확장으로 사회적, 경제적 성장을 이끌었으나, 동시에 기존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개념의 부상과 함께 사람들은 자아와 정체성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절대적인 가치나 진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로 인해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내면의 불안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이와 같은 변화와 혼란은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나타났으며,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급격한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한편, 특히 한국은 IMF와 같은 금융 위기를 겪으며 개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상실감이 더욱 심화되었다.
혼란과 불안은 단순히 정치나 경제적 문제로만 그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아와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예술과 문화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게 되었다. 특히 당시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다른 어떤 매체들보다도 젊은 세대에게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그들이 겪는 감정과 시대적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도구로 작용하였다. 비록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직접적으로 사회 문제를 언급하거나 고발하지 않더라도, 이들 매체는 사회적 변화와 혼란을 직관적으로 반영해 젊은이들이 그 시대의 정신과 분위기를 오롯이 체감하게 하였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계 에반게리온’은 그 시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대표적인 작품으로, 1990년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이카리 신지가 내면의 상처와 외부의 위협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감정적 혼란과 깊이 공명하였다.
이원기 작가 또한 같은 시대적 정서를 공유하며 성장하였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할 무렵, 다시 보게 된 에반게리온은 그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카리 신지가 겪었던 내면의 갈등을 보며, 자신의 감정적 고통과 불안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카리 신지가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의 차가운 태도 속에서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외부의 위협과 싸우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이원기 작가는 자신의 감정적 억압과 고통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 역시 이카리 신지와 같은 사건을 겪으며 우울증과 불면증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개인적 경험은 작가로서 그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에게는 너무도 고통스러운 과정이었겠지만, 당시 20대라는 어린 나이의 ‘작가’에게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이카리 신지가 내면의 상처를 억누르려 했던 것처럼, 그는 ‘감정적 억제와 불안’이라는 주제를 예술이라는 매체로 풀어내기 시작하였다. 작가로서도, 작업으로도 설익은 시기의 이원기 작가는 감정(고통)을 화면에 그대로 옮기는 방식을 시도하였는데, 안타깝게도 이 방식은 스스로의 감정과 더욱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되었기에 자신에 대한 감정적 통제를 잃는 일이 일상화되었었다.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투영하여 통제하려 하였으나,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남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원기 작가는 점차 감정과 거리를 둔, 보다 간접적인 이미지로 주제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 중 하나가 ‘White Risk’ 시리즈이다. 표면적으로는 차분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깊이 쌓인 상처와 고통이 계속해서 축적되어 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흰색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작가가 복용하는 약을 은유하기도 하고 감정을 억제하려는 시도, 즉 일시적인 치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약’은 사실 감정적 고통을 덮어두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품 속, 눈 덮인 풍경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듯 보이지만, 그 아래에 감춰진 고통(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작품이 바로 ‘High Risk’ 시리즈이다. ‘White Risk’가 감정의 억제를 다뤘다면, ‘High Risk’는 억제된 감정이 더 이상 통제되지 않고 폭발하는 순간을 표현한다. 이는 에반게리온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시각적 연출과 유사한 면이 있다. 이카리 신지가 내면의 갈등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순간들, 그리고 그의 감정이 폭발할 때 사용되는 붉은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이원기 작가는 이 시각적 장치를 차용하여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정서적 위기를 극대화하여 표현하였다. 설명하자면, ‘High Risk’ 시리즈는 억제된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의 파괴적인 힘을 명확하게 시각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원기_High Risk 100-2, 2023, Acrylic on linen, 163x130cm
이원기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개인의 억제된 감정과 고통을 다루면서도, 이를 단순히 개인적 서사로만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작가로부터 비롯한 지극히 사적인 문제가 자신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개개인이 모여 이루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개인의 억눌린 감정과 고통이 쌓이면 그 영향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원기 작가는 이러한 폭발이 사회적 혼란과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현대 사회에서 억눌린 감정들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 때 그 파급력이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체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ite Risk'와 'High Risk' 시리즈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에반게리온에서 이카리 신지가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고통과 감정적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정을 폭발시키며 세상을 파괴하려 했을 때, 그가 마주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혼란 속에서 스스로를 직시하는 것이었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했던 이카리 신지는 결국 내면의 고통과 맞닥뜨리며, 그 혼란을 해결하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이원기 작가 역시 자신의 작품에서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거나 고발하려는 방식보다는, 고통을 직면하고 그 과정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미지는 ‘바라봄’을 스스로 직시할 수 있도록 동적이지 않은 고요한 현재의 현상(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정리하자면, 이원기 작가는 억압된 모종의 문제가 단순히 무시하거나 억제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 큰 고통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그의 경험과 작업을 통해 강조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고통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직면해야 하는 현실로 다가온다.
이러한 태도는 이원기 작가의 다른 시리즈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난다. 그의 작업은 끊임없는 자기 탐구와 고통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White Risk'와 'High Risk' 시리즈가 억제된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다룬 것처럼, 그의 이전 작업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과 억압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은 하나의 서사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각각의 작품을 단편적으로만 본다면 작가가 전달하려는 서사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원기 작가의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려면 단순히 시각적 이미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시리즈도 표면적으로는 차가운 눈이 덮인 풍경이나 붉은색과 검은색의 대비된 풍경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작가의 내면과 그가 겪어온 감정적 억압, 그리고 그것이 폭발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이 숨겨져 있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들을 이전의 작품, 그리고 이번 시리즈 이후에 나올 작품들까지 함께 조망해 본다면, 이원기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더 깊이 다가올 것이다. 마치 어린 시절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통해 직관적으로 세계를 체감했던 것처럼.
2025.0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5.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
눈 덮인 붉은 대지
박천, 시안미술관 학예실장
신세계 에반게리온 일러스트 이미지
출처: studio khara
현대 사회는 물질적 풍요와 기술적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그 이면에는 내면의 불안과 정체성의 혼란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한국 사회에도 예고 없이 찾아왔다. 1970년대 그리고 1980년대는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확장으로 사회적, 경제적 성장을 이끌었으나, 동시에 기존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개념의 부상과 함께 사람들은 자아와 정체성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절대적인 가치나 진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로 인해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내면의 불안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이와 같은 변화와 혼란은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나타났으며,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급격한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한편, 특히 한국은 IMF와 같은 금융 위기를 겪으며 개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상실감이 더욱 심화되었다.
혼란과 불안은 단순히 정치나 경제적 문제로만 그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아와 존재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예술과 문화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게 되었다. 특히 당시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다른 어떤 매체들보다도 젊은 세대에게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그들이 겪는 감정과 시대적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도구로 작용하였다. 비록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직접적으로 사회 문제를 언급하거나 고발하지 않더라도, 이들 매체는 사회적 변화와 혼란을 직관적으로 반영해 젊은이들이 그 시대의 정신과 분위기를 오롯이 체감하게 하였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계 에반게리온’은 그 시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 대표적인 작품으로, 1990년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 이카리 신지가 내면의 상처와 외부의 위협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감정적 혼란과 깊이 공명하였다.
이원기 작가 또한 같은 시대적 정서를 공유하며 성장하였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할 무렵, 다시 보게 된 에반게리온은 그에게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카리 신지가 겪었던 내면의 갈등을 보며, 자신의 감정적 고통과 불안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카리 신지가 어머니의 부재와 아버지의 차가운 태도 속에서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며 외부의 위협과 싸우는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이원기 작가는 자신의 감정적 억압과 고통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 역시 이카리 신지와 같은 사건을 겪으며 우울증과 불면증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개인적 경험은 작가로서 그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에게는 너무도 고통스러운 과정이었겠지만, 당시 20대라는 어린 나이의 ‘작가’에게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이카리 신지가 내면의 상처를 억누르려 했던 것처럼, 그는 ‘감정적 억제와 불안’이라는 주제를 예술이라는 매체로 풀어내기 시작하였다. 작가로서도, 작업으로도 설익은 시기의 이원기 작가는 감정(고통)을 화면에 그대로 옮기는 방식을 시도하였는데, 안타깝게도 이 방식은 스스로의 감정과 더욱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되었기에 자신에 대한 감정적 통제를 잃는 일이 일상화되었었다.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투영하여 통제하려 하였으나, 오히려 더 큰 상처가 남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원기 작가는 점차 감정과 거리를 둔, 보다 간접적인 이미지로 주제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 중 하나가 ‘White Risk’ 시리즈이다. 표면적으로는 차분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깊이 쌓인 상처와 고통이 계속해서 축적되어 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흰색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작가가 복용하는 약을 은유하기도 하고 감정을 억제하려는 시도, 즉 일시적인 치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약’은 사실 감정적 고통을 덮어두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품 속, 눈 덮인 풍경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듯 보이지만, 그 아래에 감춰진 고통(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작품이 바로 ‘High Risk’ 시리즈이다. ‘White Risk’가 감정의 억제를 다뤘다면, ‘High Risk’는 억제된 감정이 더 이상 통제되지 않고 폭발하는 순간을 표현한다. 이는 에반게리온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시각적 연출과 유사한 면이 있다. 이카리 신지가 내면의 갈등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순간들, 그리고 그의 감정이 폭발할 때 사용되는 붉은색과 검은색의 강렬한 대비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이원기 작가는 이 시각적 장치를 차용하여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정서적 위기를 극대화하여 표현하였다. 설명하자면, ‘High Risk’ 시리즈는 억제된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의 파괴적인 힘을 명확하게 시각화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원기_High Risk 100-2, 2023, Acrylic on linen, 163x130cm
이원기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개인의 억제된 감정과 고통을 다루면서도, 이를 단순히 개인적 서사로만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작가로부터 비롯한 지극히 사적인 문제가 자신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개개인이 모여 이루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개인의 억눌린 감정과 고통이 쌓이면 그 영향은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원기 작가는 이러한 폭발이 사회적 혼란과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현대 사회에서 억눌린 감정들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 때 그 파급력이 개인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체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ite Risk'와 'High Risk' 시리즈는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에반게리온에서 이카리 신지가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고통과 감정적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정을 폭발시키며 세상을 파괴하려 했을 때, 그가 마주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혼란 속에서 스스로를 직시하는 것이었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했던 이카리 신지는 결국 내면의 고통과 맞닥뜨리며, 그 혼란을 해결하는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이원기 작가 역시 자신의 작품에서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하거나 고발하려는 방식보다는, 고통을 직면하고 그 과정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미지는 ‘바라봄’을 스스로 직시할 수 있도록 동적이지 않은 고요한 현재의 현상(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정리하자면, 이원기 작가는 억압된 모종의 문제가 단순히 무시하거나 억제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 큰 고통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을 그의 경험과 작업을 통해 강조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고통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직면해야 하는 현실로 다가온다.
이러한 태도는 이원기 작가의 다른 시리즈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난다. 그의 작업은 끊임없는 자기 탐구와 고통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White Risk'와 'High Risk' 시리즈가 억제된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다룬 것처럼, 그의 이전 작업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느끼는 불안과 억압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모든 작업은 하나의 서사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각각의 작품을 단편적으로만 본다면 작가가 전달하려는 서사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원기 작가의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려면 단순히 시각적 이미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시리즈도 표면적으로는 차가운 눈이 덮인 풍경이나 붉은색과 검은색의 대비된 풍경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작가의 내면과 그가 겪어온 감정적 억압, 그리고 그것이 폭발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이 숨겨져 있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들을 이전의 작품, 그리고 이번 시리즈 이후에 나올 작품들까지 함께 조망해 본다면, 이원기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더 깊이 다가올 것이다. 마치 어린 시절 우리가 애니메이션을 통해 직관적으로 세계를 체감했던 것처럼.
2025.06.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June. 2025.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