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김영기 : 동시대 미술 작가의 큰 고충 가운데 하나는, 작업 이외의 덕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잘 쓰고, 잘 보여주고, 잘 소통하고, 잘 소개하고, 잘 알리고, 잘 띄게 하고, 잘 껴야 한다. 불리함을 느끼거나, 실제로 불리한 작가가 분명 있다. 많다. 가혹하지만 피할 수 없다. 미술씬은 개개인, 작가 일인 중심적인 구도에서 이미 벗어나 시스템화하고 고도화한 지 오래니까. 어느 한 주체가 요구를 주도할 수 없다. 또한, 작가가 작업만 좋아서, 작업만 잘해서 될 시대가 아닌 건 부정할 수 없다. 오늘 자리는 별다른 사회자도 없이 덜렁 혼자 이끌어야 하는데, 부담감이 작지 않을 것이다. 작가 성향에 따라선 고통일 수 있다. 그럼에도 본인이 거부하지 않고 응해서 성사된 자리인데, 본인은 작가에게 요구되는 이런 새로운 덕목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지영 : 저는 여러 사람 모아놓고 말을 익숙하게 잘하는 타입도 아니고, 긴장이 너무 많이 된다. 그래도 이런 자리의 의미와 효과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론 작가로서 해야 할 일에 명백히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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