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는 게 남는 거야.”
글의 원문
식당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사고팔고, 만들고, 먹고, 이야기하는 풍경을 생각했다. 늘 그렇듯 관계와 미술은 빼 놓을 수 없고, 이후에도 관계미술이 지나치게 많이 나올 정도로 이젠 익숙하기까지 하다. 수 많은 글과 작업, 전시가 새로움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풍경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고든 마타-클락의 FOOD로 이어졌다. 다시한번 반복하자면, 1970년대 뉴욕의 FOOD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었다. 예술가들이 음식을 만들고, 일을 하고, 서로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였다. 음식은 작품의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삶과 작업을 연결하는 매개가 되었다. 그 당시에는 낯섦이 새로움으로 다가온 시절이었기에. 그리고 그 글을 쓰면서 나는 당시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다시 문을 연 FOOD를 찾아갔다. 그곳을 다시 만든 사람은 화가 루시앙 스미스였다.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루시앙 스미스가 최근 9월 초 세상을 떠났다. 그는 37세였다. 그의 죽음 이후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그의 회화보다 FOOD였다.
그때 내가 FOOD에서 먹었던 것은 아주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간단한 미국식 브런치였고, 메뉴판은 영수증에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음식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그곳에서 친구와 나눈 이야기였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고, 그 공간을 경험했고, 배를 채운 뒤 밖으로 나왔다. 집에 돌아온 뒤에도 그날의 대화가 작은 화면처럼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었다. 이제 생각해보면 FOOD가 남긴 것은 음식만이 아니었다.
골든 마타-클락에게 FOOD가 그랬듯, 스미스에게도 식당은 사람을 모으는 장소였다. 그의 유명세로든 아니면 간접적인 경험을 위해서 든, 그것이 트렌드가 되었든 간에 말이다. 그는 FOOD를 다시 시작하면서 음식 자체보다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예술가들이 경제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FOOD의 재개는 고든 마타-클락의 유산과 협력해 이루어졌고, 스미스는 예술가들이 일하면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어쩌면 이것이 루시앙 스미스가 남긴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이름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은 먼저 ‘Rain Paintings’를 떠올리겠지만, 그의 후기 활동을 따라가다 보면 관심은 점차 자신의 작품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향한다. 그는 Serving the People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했고, FOOD를 통해 다시 예술가들이 만나고 일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없던 사람의 이야기도 함께 남는다.
나는 2월에 FOOD를 다녀온 뒤 “먹는 게 남는 거야”라고 썼다. 그때는 그 말이 음식에 대한 농담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사람이 떠난 뒤에도 남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이 만든 물건만이 아닐 것이다. 함께 먹었던 음식, 나누었던 대화, 누군가에게 건넨 일자리,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열어둔 공간. 그런 작고 구체적인 것들이 사람을 통해 다음 사람에게 건너간다. 어쩌면 정말, 먹는 게 남는 것이다.
루시앙 스미스가 FOOD를 다시 열었던 이유도 그곳에 있었을 것이다. 그 곳을 스친 사람들, 남겨진 자들은 지키고 추억하며 되돌아 보고 되돌아 본다.
2026.10. ACK 발행. ACK (artcritickorea) 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October 2026. Published by ACK. The copyright of the article published by ACK is owned by its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