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라

Heera Jung

정희라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지속 가능한 큐레토리얼 활동에 대해 질문한다. 대전시립미술관, 대안공간 충정각, OCI 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문화역서울284, 국립현대미술관을 거쳐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선임, 수석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현재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팀장이다. 회화 전시 프로젝트 MIMESIS AP를 기획하였으며, 미디어아트 단체전 외 많은 전시를 기획/진행하였다. 다양한 기관에서 작가 평론을 써왔으며, 작가 및 전시 공모를 심사하였다. ACK 동시대미술비평 웹진에 꾸준히 기고 중이고, 타 월간지에 전시 크리틱을 쓴 바 있다.

글 56편

  • column

    Powerful and Cruel,

    Heera Jung · translated by Mihye Kimvol.51 · 2026.10

    “How powerful, and how cruel, is oblivion,” precisely because it is inescapable. We do not actively enact oblivion; rather, we encounter it. It is not an act of volition, but closer to a transformatio⋯

  • criticismpainting

    풍화하는 살과 융기하는 뼈: 해산의 지질학

    정희라vol.51 · 2026.10

    박미례의 《해산첩(海山帖)》은 관조적 유람 형식을 벗어나, 지각 변동과 기후의 충돌이 신체 감각을 관통하는 물질적 해산(解産)의 장을 선보인다. 여기서 해산은 기존의 결합을 풀어 물질과 생명을 새로운 상태로 이행시키는 조형적 실천이다.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은 대립하는 사건이 아닌 지질학적 변태(Metamorphosis)의 연속된 과정으로 전환된다. 과거⋯

  • column

    강력하고 잔인한,

    정희라vol.50 · 2026.09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망각은 얼마나 강력하고 또 잔인한가”. 우리는 망각을 행하기보다 맞이한다. 이는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서, 그저 받아들이는 변화에 가깝다. 어떤 기억은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고, 어떤 것은 알아차리기도 전에 희미해진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할지 애써 선택할 수는 있지만, 무엇을 잊게 될지는 좀처럼 정할 수 없다. 잊는다는 것. 이는 ⋯

  • criticisminstallation·performancesculpture

    When the sound of that day lingers with me

    Heera Jung · translated by Mihye Kimvol.49 · 2026.08

    2026 ACK ack ack ack: Artist-Critic Matching Program Sound does not linger; it fades away and vanishes. Yet the sound of that day does not vanish. A Sound Suspended Before Completion Each different vo⋯

  • criticismpainting

    방랑하는 박스, 묶어둔 장소

    정희라vol.48 · 2026.07

    우리는 이동한다. 정착의 삶이 기본이었던 역사책 속 생활 방식은 끊임없는 변화와 이동으로 특징지어지는 현대 문화에서 이제 희귀해졌다. 변화는 이동으로 이어지고, 지속적인 이동은 선택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사회 현상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의 우리에겐 더 새로울 것 없는 당연한 삶의 방식이다. 주변에서 평생직장이나 지역 토박이를 쉽게 발견하기 어려워⋯

  • criticismsculptureinstallation·performance

    그날의 소리가 내게 머물 때

    정희라vol.47 · 2026.06

    2026 ACK 앜앜앜: 작가-비평가 매칭 프로그램 소리는 머물지 않고 사라진다. 그러나 그날의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완결이 유예된 소리 사건을 읊는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톤도, 내용도 다르다. 작품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다. 사람의 소리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다. 살아 있는 소리라는 말이다. 그러하니 이 소리에는 숨이 붙어 있다고 할 수도⋯

  • essay

    올리브와 말차: 우리는 예술로 흥할 수 있을까

    정희라vol.46 · 2026.05

    벚꽃 시즌이 지나면 상록의 계절이 온다고 했다. 반드시 올 것이다. 어김없는 일이니까. 상록의 계절이 기대된다고 생각하니, 바로 옆 데스크 동료들의 녹색 취향이 눈에 들어온다. 말차와 올리브. 책상 위 사물들이 온통 민트색, 연두색, 녹두색이다. 이 녹색들을 보고 있자니, 푸르른 젊음, 싱그러운 날씨, 막 나기 시작한 새순이 함께 보인다. 생동하는 계절이다⋯

  • essay

    ACK 메타비평 리뷰: 너라면 어쩌겠는가

    정희라vol.45 · 2026.04

    오늘날 예술에는 어떤 비평이나 논평이 바람직할까. 내 말은 예술 작품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묘사하거나 다시 쓸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는 거다. - 수전 손택 수전 손택은 내용에 대한 과잉 해석이 아니라 형식에 대한 정밀한 묘사를 통해 비평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해석의 오만을 경계하고, 형식에 대한 ⋯

  • essay

    허묘의 기술

    정희라vol.43 · 2026.02

    정희라, 미술평론/미술사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팀장) 우리는 허구의 안전망 뒤에서 비로소 안심하고 타인의 비극을 응시한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과 영화의 쿠키를 끝으로 그 모든 처절한 고통이 나의 현실이 아님을 확인한다. 허구는 세상을 비추는 창이라기보다 진실이 나를 덮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투명한 막에 가깝다. 우리는 그 ‘가짜’라는 확신이 주는 지독하⋯

  • column

    아직 식지 않은 온도의 무게

    정희라vol.42 · 2026.01

    비평은 시작과 끝의 온도, 그 사이의 온기 속에 놓여 있다. 시작의 온도는 만들어진 세계를 너무 가까이 끌어당겨 형태를 흐리고, 끝의 온도는 세계의 구조를 희미하게 한다. 이 사이의 미세한 온도가 살아 있는 자리, 그러니까 직관이 가장 먼저 도착하고 언어가 조금 늦게 따라오는 지점에서 나는 비평을 쓴다. 단번에 파악하려 하지는 않지만, 한 번에 느껴지는 감⋯

  • criticismpainting

    피안으로 가는 길

    정희라vol.41 · 2025.12

    권태경의 개인전 《피안彼岸》은 우리를 물가에 세운다. 차안과 피안,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그의 그림은 죽음 이후를 단순히 내세로 단정하지 않으며, 세계의 묘사에 머물지 않는다. 피안은 저 너머의 언덕을 의미하며, 번뇌와 집착을 벗어난 해탈의 상태를 가리킨다. 불교에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 세계가 차안(此岸)이라면, 그 너머의 ⋯

  • criticismpaintingsculptureinstallation·performance

    세계의 교차, ‘있어야 할’ 자리

    정희라vol.40 · 2025.11

    우리가 손모아의 작업 앞에서 마주하는 것은 ‘있었던 세계’가 아니라, 우리가 어쩌면 도달해야 한다고 믿는, 그러나 늘 어긋난 채 남아 있는 ‘있어야 할 세계’다. 그림 속에서 분절되어 나타나는 휴양지의 풍경 조각 조각들은 실제의 모습 이전에 매체 속에서 살아난 환상에 가깝다. 여행을 가야 한다고 속삭이는 광고와 잡지, 브로슈어와 포스터, 그리고 끊임없이 업⋯

  • criticismphoto·video

    응시 되지 않는 존재, 응답 되지 않는 말

    정희라vol.39 · 2025.10

    송석우의 사진 속 인물들은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숙이고, 혹은 눈을 감는다. 그들은 서로를 응시하지도, 관객에게 응답하지도 않는다. 송석우는 언어에 앞선 감정을 사진이라는 무대 위에 올려놓고, 자신과 사회, 그리고 응시 되지 않는 존재들의 얼굴을 비로소 들여다보게 한다. 그 얼굴들은 말하지 않지만, 그 침묵은 가장 깊은 언어로 읽힌다. 그의 대표작 〈Wa⋯

  • translationpainting

    The Sentence Thrown Into The Light: Paintings Turn Into Illuminations

    Heera Jung · translated by Mihye Kimvol.39 · 2025.10

    빛으로 던져진 문장: 회화는 조명이 된다: 정희라 Artificial lightings on the street remain as fragments that brighten the dark. The paintings of Joon-min Shin capture these fragments of a split second and translate what t⋯

  • criticismpainting

    빛으로 던져진 문장: 회화는 조명이 된다

    정희라vol.38 · 2025.09

    거리의 인공조명은 어둠을 밝히는 조각으로 남는다. 신준민의 회화는 그 찰나의 조각을 붙잡으며, 빛이 말하는 것들을 회화의 언어로 번역한다. 그 언어의 문장에는 시간의 층위, 감각의 진동, 기억의 여운이 백색의 정동으로 떠다닌다. 신준민은 ‘조명 회화’를 통해 실제 조명이 그러하듯 몰입을 유도한다. 이는 시각적 서사를 제거하고 감각적 상태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 criticismpainting

    프레임의 구조, 시선 해체의 장

    정희라vol.37 · 2025.08

    두 세계가 마주 닿는 경계인 창문은 안과 밖을 구분하고 연결한다. 장하윤의 창은 그 주변이 묘사되어 있지 않다. 주변부뿐 아니라 창 속에도 구체적인 풍경이 없어 서사의 단서를 찾을 수 없다. 그의 창문을 향해 서 있는 우리는 창 안의 세상에 놓인 것일까, 창밖의 세상에 놓인 것일까. 내면과 외면, 두 세계가 합하여진 듯한 그의 창과 창 주변 공간은 화가의 ⋯

  • criticismpainting

    장면은 연기처럼, 해체된 극장

    정희라vol.36 · 2025.07

    그곳은 사라진 것들의 극장. 잊힌 장소의 불빛 아래, 연기는 여전히 피어오르고, 장면은 끝나지 않은 채 새롭게 재구성된다. 박기일의 회화는 오래된 꿈의 아우성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의 화면에 펼쳐진 장면들은 익숙하면서도 불분명하고, 실제의 장소 같지만 어딘지는 알 수 없다. 그림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환상의 공간, 연기와 불, 이중 프레임, 인물 중⋯

  • translationpainting

    Herbarium of Moving Sensation

    Heera Jung · translated by Mihye Kimvol.36 · 2025.07

    움직이는 감각의 표본 집:정희라(미술평론,미술사) Plants embrace the world on the spot. They sense the light still, grope the air quietly, and feel the warmth minutely. They may appear to be staying silently in place, but ⋯

  • criticismpainting

    움직이는 감각의 표본 집

    정희라vol.35 · 2025.06

    식물은 제 자리에서 세계를 받아들인다. 가만히 빛을 감지하고, 조용히 공기를 더듬고, 미세하게 온기를 느낀다. 그들은 고요히 머물러 있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식물은 우리와는 다른 시간으로 반응하고, 언어가 아닌 몸으로 세상을 감지하며,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내밀하게 자란다. 이번 전시 <Herbarium 식물 표본 집>에서 식물의 유기적인⋯

  • translation

    A Daily Spectator of An Exhibition

    Heera Jung · translated by Mihye Kimvol.35 · 2025.06

    한 전시를 매일 보는 사람 #1: 정희라 Prologue The delicate scent of lilac from the museum garden drifted into the window of the curator’s room on the second floor. Late spring was passing by. Act One had ended and ⋯

  • essay

    한 전시를 매일 보는 사람 #2 : 진정성이 대체 뭔데

    정희라vol.34 · 2025.05

    미술 노동자 모임의 첫 번째 저녁, 어색함과 들뜬 긴장감이 물러나 소란스럽게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또렷한 눈동자의 한 작가는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진정성이라는 것이 뭔가요?”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참석한, 모르는 이들 가득한 자리여서 ‘당신은 누구인가’ 류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리저리 부유하는 말들 끝에 몇 해 전 기획했던 전⋯

  • criticismpainting

    살아 숨 쉬는 세계

    정희라vol.33 · 2025.04

    *고양 아티스트 365 나누리 개인전 〈투명한 낙원〉 비평매칭 원고 단번에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림의 특징은 종교인이 아니어도 알 수 있는 서사가 눈에 띈다는 점이다. 이때,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성서의 유명한 이야기 혹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풍광이다. 물이 흐르고, 버드나무가 흩날리고, 몽환적인 색채의 하늘과 땅이 돋보이는 나누리의 그⋯

  • essay

    한 전시를 매일 보는 사람 #1

    정희라vol.32 · 2025.03

    에필로그 2층 학예실 창으로 뮤지엄 정원의 은은한 라일락 향기가 올라왔다. 늦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1막이 끝나고 다른 창과 향이 타자他者를 기다리고 있었다. 2024년 5월, J는 꽃 내음이 배어있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규모가 크다고 하기도, 작다고 하기도 애매한 사립미술관에서 그녀가 7년 동안 퇴사와 재입사를 반복하며 꾸역꾸역 수석 큐레이터로 승⋯

  • criticismpainting

    A VOICE, A SCENE #1: 이세준

    정희라vol.31 · 2025.02

    〈ACK - A VOICE, A SCENE〉은 작가의 말에 주목합니다. A VOICE, A SCENE #1: 이세준 Lee Sejun 화자: 이세준 정희라(이하 정): 전시장에 놓인 ‘작가 노트’ 잘 읽었어요. 이세준(이하 이): 제가 여기에 쓴 글들, 이런 것들은 표면적인 걸 쓰려고 노력했어요. 표면적인 것들도 나름의 역할이 있어요. 하지만, 제 작업에서⋯

  • criticismpainting

    위치 해방

    정희라vol.30 · 2025.01

    김해문화재단 웰컴레지던시 평론 현재는 ‘핵개인’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개인성이 주목받는 시대이다. 그러나 부여된 소속의 무게를 거부하는 핵개인을 설명할 때조차도 ‘위치’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필요하다. 그 누군가가 어떠한 제도권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그 개인의 통로가 정해진다. 이 통로는 내-외부 소통이 가능한 목소리의 반경을 ⋯

  • criticismpaintingsculptureinstallation·performance

    염원(鹽圓)의 정원

    정희라vol.29 · 2024.12

    고양문화재단 고양 365 비평 염원(鹽原)은 소금이나 광물로 뒤덮인 평원이고, 염원(念願)은 간절한 바람이다. 예로부터 우리는 현실과 다른 걱정 없는 세상을 바라는 염원을 담아 무릉도원과 같은 낙원을 꿈꿔왔다. 이러한 염원이 어느 한 시대에 머물겠는가. 재난이 닥쳐 염려를 공유하던 사람들의 모습은 전염병이 도래한 최근에도 있었다. 그 시기를 겪은 예술가의 ⋯

  • criticismpainting

    해묘: 사건의 바다

    정희라vol.28 · 2024.11

    바다는 계속해서 방문자를 기다리는 심연의 박물관이다. -Philippe Diolé 물의 결, 파도의 몸짓 광활한 바다가 요동친다. 범접할 수 없는 것에 가까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잦아든다. 하얗게 일어나는 파도 조각에는 공백과 이음새가 없는 시간의 흐름이 녹아 있다. 이부안의 바다는 세심하게 그려진 투명한 물보라가 언뜻 잔잔해 보이지만, 한 걸음 뒤로 물⋯

  • criticismpainting

    호출의 주석

    정희라vol.26 · 2024.09

    1. 두 번째 슬픔. 이 슬픔은 첫 번째가 될 수 없다. 내가 겪은 것이 아니며, 지켜본 것이다. 그러나 지켜보는 사이 이것은 내가 겪은 것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첫 번째는 아니다. 두 번째이어야만 했다. 2. 현전(現前). 나만의 신화에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 ‘그 이야기 The Story’는 이곳저곳에 근거 있는 기승전결을 은근슬쩍 흩뿌려 놓⋯

  • criticismpainting

    여백의 시 時

    정희라vol.25 · 2024.06

    여백은 소리 없이 소멸하기도, 뚜렷하게 존재하기도 한다. 때때로 여백이 뚜렷하게 다가올 때 우리는 텅 빈 곳에서 무엇을 발견하는가. 여백이 여백으로 향할 때, 여백은 반복되는 무한의 공간으로 피어난다. 여백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이에 앞서 여백이란 무엇인가. 서민정의 작품 속에서 여백은 성큼 앞으로 나선다. 이때의 여백은 더 이상 여백이 아니다. 모든 것이⋯

  • criticismpainting

    아름다움을 위한 영역의 구분과 그 무한한 굴레

    정희라vol.24 · 2024.05

    영역의 구분은 사회의 질서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보인다. 무질서를 질서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곳곳에 설치된 경고 표지는 아름다운 곳, 가장 질서 정연한 곳에서 유독 눈에 띈다.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놓인 공원의 안내 문구, 미술관의 감상 가이드 선들은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적으로 아름다움을 해치지는 않는지. 우리는 잘 관리된 잔디를 선 밖에서 구경⋯

  • criticismpainting

    ( )로 가는 길

    정희라vol.23 · 2024.04

    실체를 알 길 없는 어떠한 것을 더듬더듬 찾아가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닮아 있다. -김선영 ( )로 가는 길은 김선영의 2016년 작품 제목이다. 여기서 ( )에 해당하는 단어는 북한이다. 파주에 위치한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을 하던 그때 들리던 북한의 대남 방송은 웅웅거리며 김선영의 시간을 여지없이 깨뜨리곤 했다. 그 소리는 그녀가 놓였던 그 상황⋯

  • criticismpaintingsculptureinstallation·performancephoto·video

    아카이브의 변용(paraphraser)

    정희라vol.22 · 2024.03

    월간미술 2024년 2월호 〈EXHIBITION TOPIC〉 원고 감각으로 더듬는 아카이브 햇빛에 따라 들어온 듯한 ‘집’이 빼곡히 그려진 공간에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소리가 쟁쟁하다. 박미나와 Sasa[44]에 관한 기사 모음집 『참고문헌 일부』를 읽는 사운드 설치 작업 〈TTS 2001~2022〉는 AI가 만들어내는 소리이다.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2전시실⋯

  • criticismpaintingsculptureinstallation·performancephoto·video

    전시가 플랫폼이 되었을 때

    정희라vol.21 · 2024.02

    전시의 타이틀인 플랫폼(PLATFORM)은 기차역을 뜻한다. 대구예술발전소 레지던시 공간을 18개의 전시장으로 구성하여 각각을 정거장에 빗댄 이 전시는 플랫폼의 또 다른 의미-네트워크 중심의 교류와 연결의 장소라는 의미를 더욱 강조하며 이번 전시의 특수한 역할에 주목한다. 예비/신진 작가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하나의 커다란 사이트를 구축한 <플랫폼> 전시는 ⋯

  • translationpaintingsculptureinstallation·performancephoto·video

    PLATFORM

    Cheon Park, Younggi Kim, Heera Jung · translated by Jaeyeon Chungvol.21 · 2024.02

    Translation Jaeyeon Chung, Independent Curator(NYC-SEOUL) Cheon Park, Curator, Cian Museum of Art The foundational background for the Exhibition of Art College in Daegu, which involves six art college⋯

  • criticismpainting

    Ask the deer for my way

    정희라vol.20 · 2024.01

    월간미술 2023년 3월호 크리틱 원고 《배종헌 개인전: 고립여행 孤立旅行》 “Ask the deer for my way.” 이는 배종헌 작가가 사진 속 돌 벽의 모양을 따라 긁어 새겨 넣은 문구이다. 작가는 글렌피딕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생활을 했던 스코틀랜드에서 마주한 돌 벽 속의 산수를 바라보며 자신의 상황을 사슴계곡(Glenfiddich)에 빗대어 ⋯

  • criticismpaintinginstallation·performancephoto·video

    물의 왕: 동학과 화엄의 두물머리

    정희라vol.19 · 2023.12

    월간미술 2023년 12월호 크리틱-전시리뷰 〈물의 왕: 동학과 화엄의 두물머리〉는 제의祭儀같은 전시이다. 사그라진 것들에 대한 추사追思의 열기가 전시장 가득하다. 전시는 예술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짚으며, 그 자연스러운 태동과 의식적인 성격,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마음을 토론과 답사, 시각 예술과 퍼포먼스로 뜨개질하듯 촘촘하게 엮는다. 이 모든 활동의 ⋯

  • criticismpaintinginstallation·performance

    휘-파람 속 바람-짓

    정희라vol.18 · 2023.11

    2023 고양아티스트 365 평론 최인영의 〈휘 파람〉은 휘몰아치는 바람과 무겁게 놓인 바람-짓에 대한 이야기이다. 바람-짓은 바람의 운동감이며, 형상에 담긴 선의 기세에 따른다. 휘-파람은 바람의 줄기이자 그 흐름으로 여기에 빗댄 형상들은 자연의 모습에서 왔다.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산세와 땅과 물을 떠올리게 하는 화폭의 이미지들은 이것이 먹으로 그려진⋯

  • criticisminstallation·performancephoto·videosound

    문화영의 데이터

    정희라vol.17 · 2023.10

    2023 고양아티스트 365 평론 :빙하의 모양과 밀랍의 형태 그리고 자라는 씨앗 이 작업의 시작은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빛이다. 빙하가 녹아 작은 얼음이 되고, 얼음이 돌이 되어 바람에 닿아 바스러지는 과정에서 형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침묵의 소리〉(2023)는 추상 회화 속 이미지처럼 보이는 것들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영상 작업이다. 한 눈에 이 형상⋯

  • criticismpainting

    그림자 기억: 부푼 선에는 경계가 없다

    정희라vol.16 · 2023.09

    “이성경이 그릴 법한 풍경이다”라는 말을 듣는다는 작가의 심미적 관점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의 작품에서 발하는 이성경만의 풍경이 갖는 힘이다. 그 힘은 분명 모두에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까닭은 ‘부푼 선에는 경계가 없다’라는 말에서 음미해 볼 수 있다. 부푼 선은 작가의 기억과 우리 기억의 파편 조각들의 틈일 것이고, 그 틈에서 불러일으켜 ⋯

  • criticismpainting

    선〓경계

    정희라vol.16 · 2023.09

    :이성경과 김찬송의 작업 속 경계들 회화에는 유난히 경계에 대한 언급이 많다. 아마도 선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선을 사용하고 이용하는 회화 작가들은 긋고 그리는 선 안에서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찾는다. 그중에서도 이성경과 김찬송은 선으로 경계에 대해 말한다. 정확히는 이들은 경계를 언급함으로써 경계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선은 어⋯

  • criticismpaintinginstallation·performance

    표면 위로 올라온 표면 아래

    정희라vol.15 · 2023.08

    김소라 개인전 〈Close-up!〉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비평매칭 우리를 찾아오는 이미지들이 있다. 찾아 나서지 않아도 내 앞을 찾아오는 풍경이 있다. 선택되는 이미지들은 주체의 의도와 상관없이 어느새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김소라가 그린 이번 전시의 작업 소재들은 분명 그에 의해 선택되었다. 이 선택을 우연이라 할 수 있을까. 김소라 앞을 찾아가는 풍⋯

  • criticisminstallation·performancephoto·video

    꿈틀거리는 공간

    정희라vol.14 · 2023.07

    아르코미술관 《기억ᆞ공간》 : 공간의 연대기와 약간의 거리를 둔 채, 공간의 감각과 기억을 마주하며 상응하는 작업들을 선보인 아르코미술관의 《기억ᆞ공간》은 실증적 아카이브와는 다른 주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시간이 쌓이고 사람들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를 초청 작가들의 감각으로 풀어낸 이번 전시는 신뢰와 설득에 다가가려 하지 않음을 표명⋯

  • criticismpainting

    한 전시를 매일 보는 사람

    정희라vol.13 · 2023.06

    한 달 넘게 진행되는 한 전시를 누구보다 많이 관람하는 사람은 그 전시 공간/기관에 출근하는 기획자일 수 있다. 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전시 <MIMESIS AP6: SIGN>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처음 소개하면서 회화 총 77점이라고 말하였지만, 세 연작을 한 벽면에 설치하였다 하여 103점에 달하는 작품 세계를 하나의 작품으로 정리하는 것에는 무리가 ⋯

  • criticismpaintingsculptureinstallation·performancephoto·video

    오싹한 ㅎㅎㅎ

    정희라vol.12 · 2023.05

    OCI미술관 <ㅎㅎㅎ> 전시 리뷰 기웃기웃. 즐비한 아파트 사이로, 위로 망원경을 들고 주변을 염탐하듯 기웃대는 인물들이 게임 속 캐릭터 마냥 와글와글 움직인다. 한때, SNS상의 타인에 대한 관심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일 뿐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러나 타인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는 시대적 현상은 날이 갈수⋯

  • criticismpainting

    SIGN

    정희라vol.11 · 2023.04

    시간이 잘도 간다. 꽃이 만발하는 봄이 되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단서들이 살아있는 회화 작업들을 소개한다. 백요섭, 윤석원, 서원미 작가의 생성과 소멸이 교차적으로 드러나는 작품들은 우리의 시간이 쌓여가는 흔적들을 찾아 보게 한다. 이 흔적들은 그림 속 사건들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고, 우리는 이를 통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역사의 흐름을 발견할 수 ⋯

  • criticisminstallation·performancephoto·video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

    정희라vol.10 · 2023.03

    홍준호 개인전 〈이미지를 훔치는 방법〉의 영문 제목은 〈How to Erase an Image〉이다. ‘죽은 자를 재현해내다’라는 의미의 이마고imago를 염두하여 이미지image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훔치다〉와 〈erase〉를 병치하였다. 죽음에 반하는 재생의 의미를 담은 이미지에 대한 고찰은 시뮬라시옹 외에 여러 개념 속에 존재한다. 이 전시는 자연사⋯

  • column

    당신에게 각인된 시대는 언제입니까?

    정희라vol.09 · 2023.02

    우리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경험했던 모든 사건들은 우리의 성질 안에 내재된다. 기억이 사라진 이들이 그들 자신인지, 인격을 상실한 존재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그러한 의미로 작가들의 작업에 등장하는 스스로의 기억과 성장 배경은 작업의 의미를 더듬어 가는 데 주요 근거가 된다. 각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잊을 수 없는 사건 사고들은 같은 시기⋯

  • criticisminstallation·performancephoto·video

    <눈 먼 주시자>와의 대화

    정희라vol.08 · 2023.01

    네 개의 스크린과 그 안에서 움직이는 존재들, 그리고 공간을 울리는 목소리에서 온갖 사유가 시작된다. 중앙의 가장 커다란 스크린 두 개 사이, 한 공간의 사방을 에워싼 네 개의 스크린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러니까 나를 중심으로 정면, 좌, 우, 그리고 뒤에 있는 스크린은 따로 떨어져 있다. 그리고 스크린과 스크린 사이에 빈 공간이 없다는 듯이 자연스럽고⋯

  • criticismpainting

    The Value of the Changing Form

    정희라vol.07 · 2022.12

    *2022년 12월 20일 이목화랑에서의 김지윤 개인전 〈ZIP〉의 전시 서문. 움직이는 형식의 값 19세기 중반 이후, 화가들이 사진을 활용함에 따라 사진과 회화 사이에 존재하는 이해관계가 논의되어 왔다. 실재를 복사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해석은 비평가에 따라 다르고, 때로 대상과 이미지 사이의 중개자로서의 카메라와 화가의 개입에 대해 이분법적으⋯

  • criticismpainting

    서사 없이 생긴 서사

    정희라vol.06 · 2022.11

    별다른 부제 없이 ‘허수영 개인전’이라 명명된 전시가 개최되었다. 전시 오픈 후, 〈노동집약〉에 포커스를 맞춘 전시 리뷰와 기사가 이어졌다. 허수영 작가의 작업은 전시장 입구 전면에 걸린 대형 작품에서부터 그 응축된 시간과 물질이 뚜렷이 보인다. 전시는 캔버스 속에서 켜켜이 느껴지는 레이어와 물감뿐 아니라 화면에 쌓인 수많은 소재에 시선을 빼앗겨 작품 제목⋯

  • criticismpainting

    시간이 고른 장소

    정희라vol.04 · 2022.09

    장소는 시간을 기억하고 폐허는 그 시간을 저장한다. 우리의 시간이 장소에 묻어날 때 그 장소는 시간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기억이 된다. 이설의 그림에는 효용을 상실한 장소들이 가지는 적막이 가득하다. 목욕탕, 놀이공원, 놀이터. 이곳들은 사람들이 간혹 오가던 장소가 아닌 특정적인 목적이 있어 틀림없이 많은 사람이 모였을 장소들이다. 이설이 제안하는 장면들은 ⋯

  • column

    전시의 비대면적 속성

    정희라vol.03 · 2022.08

    뜨거운 날씨 속에 코로나가 재유행하는 기세이다.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답답함과 편리함 모두를 느끼고 있다. 거리두기와 비대면이라는 상황이 전시의 한 단면인 것 같아 화두로 삼아 본다. 기관과 업체, 그 밖의 많은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전시는 그야말로 사람과 사람의 끝없는 만남으로 진행된다. 비교적 많이 부딪히며 만나게 되는 경우는 관람자-전시장 스태프, 기⋯

  • criticismphoto·videoinstallation·performance

    없어진 돌과 사라진 땅, 그리고 지워진 퍼포먼스

    정희라vol.02 · 2022.07

    어느 돌의 이야기 박형렬의 2018년도 사진 작업인 〈북위 37°11'34.2, 동경 126°39'37.3의 돌〉에서 돌의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다. 깨진 돌의 형태가 어떻게 이런 모양일 수 있는지, 작가가 작업을 위해 인위적으로 깨트린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생길 만하다. 이 돌은 간척지 옆의 산에서 발견된 것이다. 간척지를 메우기 위한 흙을 주변의 산에서 ⋯

  • criticismpainting

    A LANDSCAPE OF ANONYMITY

    Heera Jungvol.01 · 2022.06

    Choi Eun-jeong, Impossible Island #3, Oil on canvas, 112 x 145cm, 2017 JUNG, Hee Ra Choi Eun-jeong’s work is a unrealistic and artificial landscape painting pretending that the reality is reproduced. ⋯

  • criticismpainting

    위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정보화 세계에 떨어진 건에 대하여

    정희라vol.01 · 2022.06

    위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정보화 세계에 떨어진 건에 대하여 About a Person Who Thinks with Stomach and Intestines Fell Into The Information World 김윤섭 개인전 2021/09/03 – 2021/09/25 오뉴월 이주헌 한옥 기둥 너머 보이는 그림이 마치 살아있는 유물과도 같다. 오뉴월 이주헌⋯

  • criticismpainting

    전병구의 사심과 붓놀림의 뉘앙스

    정희라vol.01 · 2022.06

    사심이 뭐길래 지난 달에 사생寫生을 주제로 한 전시가 있었다. 기나긴 사생의 역사를, 회화의 당연한 영역을 기획전의 주제로 삼는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었다. 오늘날의 사생은 사물의 상태나 경치를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는 뜻과 함께 그리는 이의 감각에 필터링된 풍경을 그린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사생이라기보다 사심寫心에 가깝다는 표현이 맞다. A-Lou⋯

다른 필자: 김미혜 · 김영기 · 문소영 · 박준수 · 박천 · 정재연